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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국가”를 읽고
조회 816  |  추천 6  |  비추천 0  |  점수 20  |  2010-11-16 04:30
글쓴이 :    루마

가끔 주위 사람들과 정치나 사회적 이슈에 관해 토론하다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듯 꽉 막힌 답답함을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서로 간에 최소한의 공통분모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며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그런 경험 말이다. 

분명 우리나라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잘못되어 가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그래, 좋다. 다 좋은데 대안이 뭐냐?” 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은 말 그대로 잘 짜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각론에서 잘못된 점을 비판하기는 쉬운 법이다. 그러나 대안이라 함은 총체적으로 한국사회라는 거대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집합체를 놓고 적절히 해부한 후 이전보다 훨씬 잘 조직화된 모양으로 보여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한 부분이 다른 부분과 충돌한다던지 상호 보완적이지 못하면 설득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체제를 방어하고자 하는 보수의 논리는 개발하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기업 저 “공정국가”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승복할 수밖에 없는 ‘공정’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이 나가야 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 일방적으로 진보의 논리를 이해시키고 관철시키기 보다는 양측이 수긍하는 개념을 도입한다면 상호간의 토론이 어떻게든 진행되지 않겠는가? 이제부터 간략히 책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새로운 국가모델이 필요하다

‘흔히 오늘날 보수와 진보는 성장/분배, 감세/증세, 복지축소/복지확대, 작은정부/큰정부, 자본(기업)/노동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을 볼 수 있다. … 이런 대립은 어쩔 수 없으니 결국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할까? 필자는 선택이 아니라 통합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통합은 양 진영의 담론을 뛰어넘어 이 둘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가치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 18~19쪽

저자가 주목한 어느 사회에나 적용시킬 수 있는 가치는 바로 ‘공정성’이다. 그 의미는 출발이 지속적으로 평등하고 경쟁과정에 반칙이 없는 것이다. 이는 어떠한 결과를 낳겠는가. 경쟁과정에 반칙이 없으면 결과가 불평등해도 받아들이게 되고 사회의 안정성이 높아진다. 공정한 룰이라면 실패해도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으므로 참가자들은 자기의 역량을 최대로 쏟아 부을 것이고 역동성이 활성화된다. 또한 반칙이 통하지 않으므로 최소의 노력으로 효과를 극대화시키려 하므로 효율성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불평등한 출발의 진원지인 불로소득이 차단되면 형평성이 높아지고,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연대감이 형성된다.

이와 같이 공정성은 보수의 가치인 효율성과 역동성, 진보의 가치인 안정성, 형평성, 연대감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이의 실현을 위해 저자는 다음 세 가지 측면을 다룬다.

경제제도·사회제도·조세제도

저자는 국가가 시장에 개입할 때 철학과 원칙이 중요하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국가가 어느 정도 대체(개입)하느냐가 중심이었지만 공정국가는 어떤 원칙을 가지고 시장의 어떤 부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집중한다. 저자는 국가가 개입하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는데, 핵심원칙으로서 기회균등의 원칙과 자유경쟁의 원칙을, 파생원칙으로서 불로소득 횐수의 원칙을 말한다.

첫째, 조세제도로서 불로소득 환수를 살펴보자. 저자는 이를 파생원칙이라 명명했지만 사실은 핵심원칙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구심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조세의 무게중심을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등에서 토지불로소득과 주식불로소득 환수로 옮기는데 있다. 주식불로소득에 대해서는 주식 그 자체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으므로 상당정도 완화된 형태를 가지나, 토지불로소득은 철저히 환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토지보유세, 양도소득세, 개발이익환수금은 높이고, 건물분재산세와 거래세는 낮춘다. 토지보유세는 지가가 아니라 지대(rent)를 과세표준으로 삼으며, 지대이자차액세제를 실행안으로 제시한다. 즉 보수에서 바라는 대로 소득세, 법인세를 감세하는 반면에 토지불로소득에서 이를 벌충함으로써 조세의 균형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이는 기회균등과 자유경쟁 원칙을 가능케 하는 재원으로 사용된다.

둘째, 사회제도로서 기회균등의 원칙을 살펴보자. 실질적 기회균등, 즉 복지에 보수가 반대하는 이유는 재원조달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인데,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을 불로소득에서 충당한다면 반대의 근거가 사라진다. 기회균등에는 교육균등, 의료균등이 중심이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불로소득의 충당비율을 높일 수 있다면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민간의료보험 도입도 가능하다고 본다.

셋째, 경제제도로서 자유경쟁의 원칙을 보면 재벌 개혁(사실 이 부분은 그동안 수많은 개선방안이 제시된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협력 생태계 구축,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고용 생태계 구축 등이 포함된다. 공정 경쟁을 통하여 원가 경쟁(cost down)이 아니라 기술과 사람이 주도하는 가치지향형 경쟁(value up)으로 변모시킨다. 이것이야 말로 보수가 주장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는 길이 될 것이다.

통일을 대비하라

‘아무 준비 없이 통일이 오면 통일은 극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그렇게 되면 통일에 대한 회의감이 순식간에 확산되어 결국 통일은 재앙이 되어버릴 것이다. 따라서 할 수만 있다면 제시되는 대안은…남과 북이 동시에 지향해야할 합일점(convergence point)이 될 수 있는 것이 최선이다.’ : 16-17쪽

저자는 남측의 경제/사회 구조에만 공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니라 북측의 과거와 미래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함으로써 통일을 대비하자고 한다. 공정성을 기초로 다져진 남과 북의 경제/사회 체제는 통일 이후에도 혼란한 과도기를 줄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재정적자와 불황을 핑계로 통일무용론을 슬금슬금 퍼트리는 작태를 비판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는 공정국가라는 대안이다.

한국의 사회경제적 현실 들여다보기 

이는 제3장의 제목이다. 시장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주범으로서의 불로소득, 출생이나 소속이 일생을 좌우하는 불행한 사회, 반칙이 구조화된 부자유한 시장에 관하여 다루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수도 없이 다루었던 바로 한국사회의 병폐, 그 핵심이다. 이미 많은 사실들이 드러나 있기도 하거니와 읽다보면 열(?)받으므로 건너 뛰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가 그림과 표로 제시한 다양한 통계자료는 소중하여 그냥 지나치면 실례일 것이다.

부디 앞으로 ‘공정국가’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에 회자되어 우리나라가 진정 공정한 국가로 거듭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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