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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를 위한 변명
조회 2,754  |  추천 7  |  비추천 0  |  점수 50  |  2011-05-18 23:18
글쓴이 :    일호

유교를 위한 변명
-그들 내부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때 비로소 통찰이 시작될수 있다




이 글은 무주공산님의 글 ' 5.16 군사쿠데타 소회'와 '4년과 36년'에 대한 덧글의 성격을 띤 글입니다. 특히 '5.16군사쿠데타 소회'에서 인용된 경향신문의 김동춘과 박명림의 대담기사중, 김동춘의 '역사적 자원과 잠재력'에 대한 언급에 공감하는 글이며, 또한 '4년과 36년'에서 읽혀지는 '타인을 판단하는 것'에 대한 지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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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은 독일의 대학교수이다. 2003년쯤에 북한 노동당의 고위인사였다느니 어쩌느니로 세간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그의 학술적 방법론인 '내재적 접근론'은 이적단체 찬양고무등의 실정법위반의 혐의를 뒤집어쓰고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 부분을 포함해 많은 혐의가 무죄가 되었다.

'내재적 접근론'은 간단히 말하자면, '그들 내부의 눈으로 그들을 보자'이다. 실상 새로운 말은 아니다. 역지사지가 바로 내재적 접근론의 다른 말이다. Put yourself in other's shoes.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역사를 해석하는 많은 입장이 있지만, 이 내재적 접근법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데에도 적용이 될 수 있다. 과거 조선시대를 보는데 있어서, 어떤 눈으로 조선시대를 해석할 것인가?

지금의 눈으로 보는 조선시대는, 민주주의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운 봉건세습왕조시대이다. 소소한 민본주의 전통을 찾아내 부각시켜보려 하지만, 그 사회는 기본적으로 세습사회였다. 왕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신분자체가 세습이 되었다. 민주주의와는 아주 거리가 먼 사회이다. 우리가 지금 북한을 봉건세습왕조라 비난하는 것도 현 시점에서 보기 힘든 매우 퇴행적이 모습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시대 아주 뛰어난 개혁가 내지는 혁명가라 할 지라도, 백성들이 1인1표를 행사하여 왕을 뽑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기껏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가?'정도의 역성혁명인데, 설사 이렇게 왕이 되었다 해도 다음의 왕은 자기의 아들에게 물려주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듯 그 시대, 문화의 지배를 받는다. 민주주의를 찾고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지만, 사실 민주주의도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이 세상 어디에 완전한 제도가 있을 수 있겠는가? 조선시대의 사람들이 세습왕조이외의 다른 통치체제는 상상할 수도 없었듯이, 우리도 지금 민주주의를 대체할 만한 정치이념은 생각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봉건세습왕조를 역사속의 유물로 보듯이, 몇백년 후의 후세인들은 지금의 민주주의를 뒤떨어진 신념체계로 볼 지도 모를 일이다.

조선시대의 통치이념인, 유교, 정확히는 성리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유교의 폐해로 많은 것들을 얘기할 수 있다. 남존여비사상이나, 허례허식이 심했다거나, 실질적이지 못한 공리공론이 주를 이뤘다거나, 따라서 발전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들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본다. 이런 비판의 기준은 무엇인가? 어느 기준으로 이것을 비난하는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그다지 필요없는 농경공동체사회에 지금의 잣대를 들이대어 과학과 기술을 천시했다고 하는 비난은 그 시대를 돌아보는데에 온당치 않아 보인다. 형식에 치우치는 행태는 그 시대 매우 발달한 중앙집권적인 행정조직과 관료사회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얘기는 한편으로 매우 고도화되고 체계화된 통치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도 된다.

자급자족의 경제가 이루어지고, 종묘사직과 백성의 안녕이 최우선인 사회에서, 국정지표는 당연히 사회안정과 현상황유지가 됨은 자명하다. 이를 두고 과거지향적이고 억압이 심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일면의 사실일 뿐이다.

물론, 조선시대의 통치계급이 시대적 상황에 발맞추지 못하고, 바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수구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성리학에도 분명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리학과 유교를 현재의 악의 근본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느 이데올로기던지 그것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교조적이고 배타적일 수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유교에 대한 폄하는 특히 한국전쟁이후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새로운 왕조의 왕으로 등극한 이승만은 조선왕조를 짓밟음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왕으로 자신을 부각시키고 아울러 서구기독교시각에서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으로 전통과의 단절을 꾀한게 아닌가 싶다. 그 뒤를 이은 박정희 역시도 과거와의 단절과 부정을 통해 근대화를 이루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선시대의 유교는, 모든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의 뿌리로 낙인찍힌 게 아닌가 싶다.

정말로 모순적인 것은, 이렇게 조선시대의 유교를 비난하는 분들이 사실은 민족주의자라는 사실이다. 민족주의자라고 한다면 민족의 형성과 그 전통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족의 전통과 뿌리를 부정하는 민족주의자를 나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조선시대의 성리학, 유교에는 눈을 씻고 봐도 민족주의가 없으니 말이다.






                                                                                                                          
                                                                                                                              ⓒ일호&사회적네트워크&2011년 5월 18일




격암 11-05-19 09:09
 
잘읽었습니다. 다른 나라건 우리나라의 과거시대이건 그것을 평가하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에 있어서 지금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점에 대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자가 내앞에서 나를 습격한다고 할때 사자의 입장에서 너는 배고프니 나를 잡아먹는게 당연하지라고 아무일도 하지 않을수는 없을 것입니다. 남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고 동시에 나의 처지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지만 그 둘은 서로 분리가 안되는 면이 크다는 것이죠. 내가 아닌 것을 보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조선 유교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리하려면 우리는 지금 어떤 가치를 믿고 살아가는 사람인가에 대한 어느정도의 정립이 필요한데 한국은 그게 너무너무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니까 소위 유교적 질서를 당연시해서 -주로 자기 편할때만 그렇죠- 남존여비를 말하거나 가족, 가문의 질서를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교만 보면 죽여야 할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같습니다.

나아닌 다른 사람과 혹은 나의 과거와 편안히 공존하려면 그만큼 나를 지킬수 있게 내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정립되어 있지 않으니 보는 것마다 거기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거나 두려워 적대시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같습니다.
무주공산 11-05-19 10:14
 
글 잘 봤습니다. 쓰신 내용에 공감하구요.^^

저는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서구 근대 자본주의의 정신적인 바탕이 되어준 것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였다고 지적한 부분은 사실 현대 동아시아 국가들의 약진과 유교윤리와의 상관관계론과도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근대 시대의 동아시아는 과학기술만 서구에 뒤떨어져 있었달 뿐이지 통치철학과 시스템, 법체계, 정신적인 바탕은 서구에 못지 않았죠. 근대 이전의 서구 문명에서 유서깊은 동아시아 문명권의 정신적, 물질적 볼륨에 간신히 버금갈 만한 것으로는 기껏해야 로마 문명 정도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과문해서 잘 모르겠지만 이미 이런 방면의 연구를 행한 학자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이런 견해를 집대성해서 한국의 산업화와 유교의 관계를 학문적으로 정립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구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 사회에 이미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이런 정신적 물질적 바탕이 없었더라면 박정희가 죽은 시체들을 일으켜 세우는 재주가 있었다 할지라도 한국의 산업화는 이룰 수 없었으리라 믿습니다. 이런 방면의 연구야말로 이른바 박정희 신드롬, 박정희 우상화의 허구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으리라 보구요.
콜필드 11-05-19 15:10
 
민주주의를 이데올로기 관점으로 보는 것도 벗어나야할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무위의 상태가 가장 제도적으로 이상적인 상태입니다. 그러나
무위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인간 스스로 멸종 될 때나 가능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탈이데올로기로 이어지면서 서구 기술문명의 산물과 동양의 문명의 깊이를 더한다면
현대사회가 나아가야할 다원화사회의 진짜 첫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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