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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자서전을 읽고
조회 3,740  |  추천 40  |  비추천 0  |  점수 150  |  2010-11-30 23:25
글쓴이 :   응무소주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산맥을 보았습니다.
산맥은 치열한 현실을 정면으로 치받았습니다.
현실은 매일매일이 엄동설한이었습니다.
그러나 산맥은 그 자리에 언제까지나 은산철벽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춥다고 투정부리지 않았습니다.
산맥은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 자리가 내 자리라고 산맥은 생각했습니다.
산맥은 산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나무도 사랑했습니다.
산맥은 그 중에서도 특히 어린 묘목을 사랑했습니다.

한 그루 묘목이 있었습니다.
묘목은 매일 그 자리에서 있었고, 그 자리가 온 세상이었습니다.
한 그루 묘목도 매일매일이 나름의 진자리 마른자리였습니다.
묘목은 큰  나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묘목들이 모여 숲을 이룬다는 것도
상상치 못했습니다. 그 숲이 산을 이루고 산이 산맥을 이룬다는 것은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었습니다. 알 이유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 묘목의 자리가 옮겨졌습니다. 사람들이 땅에서 파서 묘목을 차에 실었습니다.
묘목은 다시 헬기에 실렸습니다.
헬기에서 본 풍경은 묘목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아니, 나와 같은 나무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그 수많은 나무들이 산을 이루고 저 멀리 지평선너머로 큰 산줄기를 만들어내는 장관을 보았습니다.
나무가 모여 산맥을 이루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묘목은 전의 기름진 대지보다 훨씬 척박하고 단출한 어느 허름한 집 한구석에 심겨졌습니다.
옆의 꽃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묘목은 꽃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자기가 본 감동적인 장면을 이야기했습니다.

묘목은 꽃들에게 모진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며 우뚝 선 큰 나무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들이 울창한 산이 되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산이 모여 은산철벽과 같은 산맥을 이루는 것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어린 묘목은 그런 산맥의 일원이었다는 것을 꽃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꽃들은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꽃들은 꼭 산맥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김대중 자서전을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감동이 마음으로 스며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김대중이라는 거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김대중이라는 이름과 상징은 저에게는 그저 객관일 뿐이었습니다.
그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더군요.
참혹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를 자서전을 통해 전율로 새롭게 맞이했습니다.

공기가 소중한 것을 모르는 것처럼.......
시대의 공기를 몰라 뵀습니다.

그가 일생을 감정적으로는 물론 지적으로 완전하고 깊게 이해하는 진심의 힘과
행동으로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존경과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대의 불의에 온몸으로 죽는 날 까지 맞섰던 그의 행동하는 양심이
오늘을 사는 저에게 너무나 많은 부끄러움을 던져주었습니다.

항상 시대의 요구에 '나'를 제 3자화 시키셨던 그분을 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절실히 깨닿게 됩니다.
나를 안다는 것은 내가 3자화 된다는 것임을!
나를 안다는 것은 나와 거리를 둔다는 것임을!

또한 사는 것이 죽는 것이고, 죽는 것이 사는 것이라는 것을!
사는 것은 사는 것이고, 죽는 것은 죽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말이 필요 없는 실존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시장경제발전과 민주주의는 그의 확고한 신념이었습니다. 확고한 원칙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IMF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았습니다.
외부에 의해 벌어진 농간이 아니라 내부의 문제에서 원인을 찾았고 적절한 답을 찾아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타르 총리는 외환위기의 원인을  내부의 문제가 아닌 외부에서  찾았습니다.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에 의해 벌어진 농간으로 보고 그 나름의 적절한 해답을 도출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같지만 방법론은 완전히 대조적입니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내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에서 내면으로의 접근방향은 피해의식의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내부에서 외부의 접근만이 진정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낙관의 선순환 구조를 생산해냅니다.
스티븐 코비도 내면에서부터의 접근의 의의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의 김대중 대통령의 접근방법은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또한 '무엇이 될 것인가?' 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존재의 의미를 찾지 않고, 실존의 방향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 궁극의 방향은 그가 좋아하는 성경구절에 나와 있었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꿈은 모든 이들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꿈꾸었던 세계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지구촌 방방곡곡 모두의 심금을 울릴 수 있었습니다.
그 꿈은 김대중 대통령님의 아름다운 일생에 바탕을 두었기에 가능했던 것 이었습니다.

“ 진정한 용기는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헌신에서 나온다.” 는 그의 말을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

시대의 거인과 같은 시공에서 호흡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간직하겠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셨던 사랑하는 이웃들과 함께 내내 행복한 나날이 되시기를
충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가정맹어호 10-12-01 15:58
 
저도 읽었는데 저도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았습니다..그리고 김 전대통령의 명연설 또한 가슴깊이 와 닿더군요..특히 아들 부시랑 얘기하면서 김 전대통령에 대한 인식을 바뀌는데는 흐뭇함이..^^*
오리갈매기미… 10-12-08 13:19
 
저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한국 정치50년은 아우르는 名자서전이구요.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지만 노무현 대통령님도 살아계셔서 진솔한 자서전을 남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물론 유시민이 대신 쓴 비슷한 자서전이 있지만). 두분 너무 그립습니다.
coffee 10-12-27 19:32
 
시대의 공기.....참으로 적절한 비유인 것 같아요. 바보같이 지난 10년만 그리워하며 지내고 있네요...
슬픈한국 10-12-28 23:27
 
훌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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