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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노무현 김대중 그리고 나의 아이
조회 6,185  |  추천 66  |  비추천 0  |  점수 328  |  2010-08-26 16:42
글쓴이 :    슬픈한국

1.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제 기억 속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모습은

광주학살 청문회에서입니다.

광주학살을 저지른 전직 대통령들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재산이라고는 29만원 밖에 없다면서도 뻔뻔스럽게 골프치고 돌아다니는데, 그들을 질타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렇게 먼저 떠나야 합니까.


다산 정약용은 길고 긴 유배생활 중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스로를 “폐족”이라고 불렀지요.  

그 절망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것이었구나, 싶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 안타까움도 많았습니다.

이라크 파병이며, 한미FTA며, 국가보안법 폐지에서 물러설 때며,

자신을 지지하던 사람들로 하여금 정을 떼게 하는 그 모습에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를 좋아했습니다.

부산시장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진 뒤,

라디오 아침 방송에서 그는 “농부가 어찌 밭을 탓하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출근길에 들은 그 한 마디에 그가 좋아졌습니다.


6월 항쟁의 주역들이 모인 어느 모임에서 제가 본 그의 모습은, 흐르는 역사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늘 숙고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작 한 두 시간 지켜본 그 옆 모습에 그가 미더워졌습니다.


그가 대통령으로 한 시도가 제가 바라는 역사의 흐름과 똑같지 않았더라도,

그가 10.4 선언으로 대통령 임기를 마감했다는 하나만으로도,

그가 구시대의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고 싶어 했다는 것만으로,

그가 임기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야, 기분 좋다”고 외칠 수 있었던 것만으로,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합니다.  


 

가슴 아프게, 떠나보냅니다.

편히 쉬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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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김대중 대통령님께

 

마음이 무척 쓸쓸합니다. 

늘 우리를 격려하던 분,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주던 분이셨습니다.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하셨지요.  

지친 어깨 끌어 앉혀 술 한 잔 따라주는 어르신 같아 따뜻했습니다.     


가족의 일로도 눈물 보이지 않으셨던 분이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 어린아이처럼 우셨지요.

함께 울어 위로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여든 다섯 마지막까지 민주주의의 신념과 열정, 용기와 단호함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힘든 몸을 이끌고도 6.15 공동선언의 감격을 만들고 지켜오셨습니다. 


고된 역정 마치신 김대중 대통령님,

누가 또 그 어려움을 겪어내고 이길 수 있었을까요.

떠나시는 길에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편히 잠드시기를 빕니다.

 

 

3.국회의원 그만 하면 안 돼?

 

지난 주 금요일, 3월 27일 아침입니다. 오랜만에 아침에 제 얼굴을 본 초등학교 5학년 큰 아이가, 불쑥, “어머니, 구속영장 받은 느낌이 어때?” 묻습니다. “응? 안 받았는데?” “뭔가 받았다던데...” “아, 소환장?” “그래, 그거”. 이런, 다 알고 있었네요. “잘못한 게 아닌데 뭐”하니까, “그래, 방송에도 그래서 안 간다고 나오더라”하고 맙니다. 작년부터 줄곧, 저에게 험한 일이 생기면, 이 아이, 표도 안내다가 뒤에 넌지시 말합니다. 알면서 왜 가만히 있었냐고 물으면, ‘일곱 살이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자기도 분위기 파악 할 줄 안다는 겁니다. 


스스로는 참고 참았겠지요. 은근히 걱정도 되고 떨리기도 하면서도, 물어봐도 될까 어떨까, 어른들 눈치 보면서 참았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날 밤, 평소와 달리 큰 아이가 전화를 했습니다. “언제 와?” “내일 밤.” “왜?” 아이 목소리가 갑자기 커집니다. “지금 울산이야.” 점점 울상입니다. “울산에는 왜 갔어?” “일이 있어서.” 그러자 아이가 1년 넘게 한 번도 하지 않던 말을 꺼냅니다. “국회의원 그만 하면 안 돼?” 적잖이 놀랐습니다. “어머니 보고 싶은데 못 보잖아.” 아들 녀석이 아침에 소환장 말을 꺼내놓고는 밤에는 보고 싶다고 대놓고 말하는데, 얼마나 꾹꾹 눌러 참았다 하는 말일까 싶어, 가슴이 쓰립니다.


토요일 저녁, 울산에서 올라와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다고 또 말하더니, 저녁 먹고 얼마 되지도 않은 8시 반 무렵,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습니다. 다 속속들이 풀어내기에는 아이가 스스로 마음에 눌러놓은 돌이 꽤 무거운 듯 합니다. 아이 마음을 모두 헤쳐 놓게 하기가 두려워, 저도 더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오늘, 월요일 밤, 아이는 유난히 잠들지 않고 12시가 넘은 지금도 제 옆을 왔다 갔다 합니다.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게 대견한 말도 했다가, 영어 공책을 사야 하는데 못 샀다는 둥, 수학숙제를 학교에 놓고 왔는데 어쩌냐는 둥, 밤이 깊어가니 투정도 늘어갑니다. 다 큰 것 같아도 아직 어린 이 아이, 열 두 살 준범, 이 아이가 자라면 어머니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까요. 아이에게는 참 무거운 세상의 짐을 안겨주었구나, 새삼 미안하네요.

 

4.쓰러지지 않겠습니다.

 

 

국회의장석 옆에 선 제게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이 와서 팔을 잡아끕니다. 힘에 못 이겨 끌려가면서 버티고 소리치는 제게, 사법연수원 동기 여성의원이 타이르듯 말합니다. “정희야, 너 원래 이러지 않았잖아.” “연수원 나온 사람이 이러면 안 되잖니, 이게 뭐니.” 끌려 내려오는 내내, 참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그 목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결국 본회의장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눈앞이 노랗더군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는데, 저도 모르게 맨발로 쓰러질 만큼 몸부림쳤습니다. 머리 위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야유 소리가 흩어집니다. “서커스장이냐, 어디서 쑈를 하냐”, “아직도 길바닥 버릇이냐”.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이 일으켜주겠다고 손을 내밉니다. 한국노총 출신으로 한나라당 공천받은, 기륭전자 문제 해결하겠다고 나섰던 의원입니다. 순간 감정이 복받쳤습니다. 당신은 왜 국회의원 되었냐고, 비정규직 전환기금 하면 되는데 왜 안하냐고,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 잊어버렸냐고, 돈이 그렇게 아깝냐고 소리치다 울컥했습니다. 사회주의적 예산. 이것이 비정규직 전환기금에 대해 한나라당이 붙인 꼬리표입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발언대에 서서 손펼침막을 들었습니다. 1분, 2분, 시간이 흐르자 다시 야유가 쏟아집니다. “사진 다 찍었잖아”, “안보여, 더 높이 들어.” 이게 모욕이구나, 싶습니다.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는데 다시 뜨거운 것이 속에서 치솟습니다. 두고 보자, 두고 보자.


12월 12일, 지난 금요일 밤 국회에서 그 일이 있은 뒤로 한동안 몸져누웠습니다. 직후부터  갈비뼈 아래가 아팠는데 하루 밤 자면 낫겠지 했지요. 다음 날 한의원에서 복부인대가 늘어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월요일 오전까지 꼬박, 몸살로 열이 불같이 올라 앓고는 오후부터 다시 속이 뒤집어져서 몹시 부대꼈어요. 그리고는 화요일 좀 바쁘더니만 쓰러져버렸습니다. 하루 병원에 있다가 어제 밤 퇴원했습니다. 절대 안정해야한다는 말과 함께.


쓰러진 것만큼은 알려지지 않았으면 했는데, 뜻하지 않게 알려져서 많은 분들을 걱정시켰습니다. 급기야 어제 밤 인터넷 한겨레에는 ‘혹한의 민주노동당’이라는 제목으로 강대표님은 의원직 상실형 구형받고 저는 쓰러졌다는 기사까지 났더군요.


그 기사를 보니 차마 그냥 누워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 구형으로 걱정 많은데 심난해 할 당원들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아침 무작정 다시 나와 한미FTA 일방상정을 강행하는 외통위에 하루 종일 가서 지켜보았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은 발동한 적도 없다는 경호권을 빙자해서, 또는 회의가 열릴 때 회의장에서만 발동할 수 있는 위원장의 질서유지권을 내세워 아침 7시부터 회의장에 들어가 야당 의원들은 외통위 간사와 위원들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오후 2시가 되자 한나라당 의원들끼리만 한미FTA 상정시키고 5분만에 뒷문으로 도망가버렸습니다. 경위들 시켜 바리케이트 쳐가며 위법행위를 저지른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습에 정말 분개했습니다. 한미FTA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것은 토론의 대상이지 비난의 대상이 아니지요. 하지만, 오늘 한나라당 의원들은 거대여당 힘만 믿고 절차도 어겨가며 공공연히 무효인 의결을 감행했습니다. 없는 힘 짜내서 지켜보던 저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딱 한 마디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걱정하신 당원 여러분, 네티즌 여러분,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왜 아팠는지 곰곰 짚어보다 그 이유를 알았고, 앞으로는 쓰러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 크게 아팠던 이유,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삶으로부터 이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강을 건너온 며칠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부터 늘, 가장 낮아지자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러지 못했더라구요. 저와 같은 환경 속에 살아온 의원들한테 개같이 끌려다니면서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몸도 아팠지만 마음도 힘들었습니다. 사흘 꼬박 앓으면서 비로소, 제가 지금 있는 곳이 어떤 자리인지 분명히 알았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길바닥에서 하던 버릇”이라고 비아냥댔지만, 저는 길바닥에서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살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덕에 사법시험 공부에 매달릴 수 있었고 엘리트 부장판사, 부장검사님들의 품위 가득한 사법연수원을 다녔습니다. 그분들은 이제 대법관이며 법원장에 대검 간부가 되어계십니다. 은행장과 건설사 대표이사들과 고위 공직자들과 국회의원들과, 때로는 직업 없이도 먹고 사는 재벌가 2세가 제 의뢰인이었습니다. 늘 깔끔한 태도로 깍듯하게 고상하게 지냈습니다. 아무리 인권을 위해 일해도, 고상함을 유지할 수 있는 법정이 제 일터였습니다.


있는 법을 적용하는 변호사로서 때로 냉정하게 “안 되는 사건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잘라내 버린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고 나니, 아버지 병원비 대려고 얻어 쓴 고리사채에 묶여 10여년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하다가 범죄까지 이르러 결국 징역 살고 나온 의뢰인 얼굴이 요즘 자꾸 어른거렸습니다. 이제 제가 법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예산 조금만 떼어내면 되는데, 그 얼굴에 답하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지난 8월부터,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루도 잊지 못했습니다. 힘들다 힘들다 수없이 되풀이되는 경제상황에서, 막상 무지막지한 특권층 감세법안과 서민과 비정규직은 나몰라라 하는 예산안 통과를 눈앞에 두니 그 얼굴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몹시 답답했습니다.


저는 국회의원이 되어 새삼 절실해진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인데, 예상하지 못했던 치욕스런 대우를 받으면서, 이제 그 고상한 생활은 내 것이 아니구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의 길은 이런 것이구나, 길바닥에 뒹굴고 모욕도 삼키며 오체투지하듯 낮게 낮게 세상을 몸으로 살아내야 하는구나 비로소 뼈저리게 알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 다시는 쓰러지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집권하기 전까지는, 새 세상을 만들 때까지는.      


열흘 남짓, 격동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한나라당의 독주로 국회는 마치 전쟁통 같습니다. 남은 날들도 그러하겠지요. 홍준표 원내대표가 선언한 대로, 올 연말은 전쟁의 연속입니다. 남은 4년 내내 그러지 않으려면 주저하지 않고 물러서지도 않고 맞설 수밖에요. 


걱정해주신 여러분, 고맙고 죄송합니다. 몸 아프지 않겠습니다. 몸 아끼지도 않겠습니다. 보내주시는 힘 다 받아서 귀하게 쓰겠습니다. 더는 걱정하시지 않도록, 잘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쓴이-이정희

출처-http://www.heenews.co.kr/





박목수 10-08-29 14:04
 
참 멋진 정치인을 보고있어 마음의 위안이 됩니다.
이의원님 힘내시고 곁에서 지원하겠습니다. 직접 이글을 보시지는 않겠지만 지난번 우리회사에
강연오셨는데 인사도 못드려 죄송합니다. 그때 구내식당에서 별다른 대접도 없이 우리들과
똑같이 식사하시더군요. 시장이나 군수가 왔으면 아니 경찰서장이라도 왔으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텐데... 마치 노짱을 보는듯 소탈한 모습에 왠지 마음이 푸근한 날로 기억됩니다. 힘내세요...
가츠 10-08-30 23:39
 
멋진 분입니다. 노짱처럼 행동과 말에 진심이 사무치게 묻어 납니다. 이런 정치인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나짱 10-09-06 19:50
 
우리 역사에 이런분들이 다시 나오실까요?
눈물이 나오네요,바보처럼.
찌짐이할망구 10-09-06 20:14
 
두 거인이 걸어온길이 올바른길이라는것을 느낀다면 미래의선인도 그길을 뚜벅뚜벅 걸어 가겠죠. 그분들이 그랬듯이..
조피디 10-09-07 00:51
 
어지러운 세상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사회정의가 점점 상실되어가는 대한민국을 바라보면서...
정치,경제,역사 속에 일그러진 면을 스스로 깨달아가면서 많은 생각들이 자리잡았습니다.
아주 사소한 인연으로 길었던 학창시절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깨우쳐가며 퍼즐처럼 채워진 그림속에서...
생각보다 낮게 수렴하는 집단의 지성을 바라보며 조삼모사 원숭이를 떠올리며 낙심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겠다는 생각도 그무렵.. 하였구요.
누군가의 의지있는 행동이 정의를 떠나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져오는 인과관계속에서
운명같은 역사의 흐름도 느끼고 있습니다.
나 하나라도 똑바로 살면서, 작지만 내 주변의 사람부터 세상을 바로보게 해보자.
설령 그 숫자가 적은 수라도 많고 적음을 떠나 요지경같은 세상을 바로보는 통찰을 키우자.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며 세상과 거리를 두려했는데...

참 많은 부끄러움을 안고 오늘은 자야할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가정맹어호 10-10-27 10:27
 
그래도 이정희 의원님 같은 분이 계시기에 희망을 가져봅니다..
성공예감 10-12-13 09:53
 
깨어있는 많은이들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이대로의 미래는 정말 암울합니다.
coffee 10-12-27 19:44
 
사회적 네트워크 사이트...너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이런 나쁜 사이트같으니라구....TT  그래도 열공하겠습니다!!
균형추 11-01-13 11:45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십시오.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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