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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목적론적 국가관
조회 2,302  |  추천 11  |  비추천 0  |  점수 78  |  2011-03-25 23:58
글쓴이 :    일호

한국일보에 나온 유시민참여당대표 인터뷰입니다. 이런 인터뷰가 반가운 이유는, 보통 기자들이 하는, 거두절미하고 필요한 말만 뚝 따서 지들 마음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조금은 덜 왜곡되게 전달해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103/h2011032516092321060.htm

제 맘대로 눈에 가는 부분만 옮겨봅니다.

_이렇게 다정다감하고 감수성 있는 분이 정치판에서는 왜 그리 강하게 투영되는가.

“정치판에서는 서로 의견이 다르면 말을 조심한다. ‘다 옳은 말씀인데 존경하는 아무개 의원님, 저는 이 것 한가지는 생각이 다른데요’ 하는 식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하면 정치 그만두려 했기 때문에 상냥하게, 에둘러서 말하지 못했다. 옳은 말인가, 필요한 말인가만 주로 생각했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투로 말했다. 당내 기반 구축하고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 쌓으려고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치인으로서 책임감과 진지함, 그런 것이 없었던 것 같다.”

_그런 태도에 지적 우월성 같은 건 없었나.

“없었다. 변명 같지만 덧붙이자면, 비공개 의총 등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방과 비난이 너무 많았고 내가 그걸 참지 못한 면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은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같은 편 안에서 더 심했다고 봅니다.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시어머니의 부당한 시집살이에 힘들게 맞서고 있는데, 동서는 자기 편을 드는게 아니라 시어머니 눈치를 본다고 할까요? 정말 더 힘빠지고 배신감드는 거지요.

노무현대통령 입장에서는 한 두번이 아닐 겁니다. 대통령후보 시절 내내 그랬고, 임기 내내 거의 그랬으니까요. 시어머니 눈치보는 동서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자기도 살아야할테니 말이지요. 그렇다고 그 동서가 비겁한 겁장이라는 것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요.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 기자한테 나왔는데요. "그런 태도에 지적 우월성같은 건 없었나?"라는 질문입니다. 유시민대표를 두고 '맞는 말을 해도 참 싸가지없게 한다'는 비난을 말한 것이지요.

유시민대표의 '없었다'라는 대답은 전혀 일말의 지체도 없이 나왔을 거라 생각합니다. 유시민대표는 지적 우월성같은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우월성, 쉽게 말해 유시민 대표가 정말 교만한 사람이라면 아예 싸우려고 하질 않았겠지요. 진짜로 교만한 사람은 그냥 무시합니다. 아예 상대를 하지 않지요.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접하면서 '저 인간은 지적 우월성을 가지고 있는 놈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시민의 말은 다 맞는 말이고 자기는 그 말에 반박할 수가 없고 그러니 자기는 유시민 앞에서 못난 놈이 되니까요.

유시민은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으니 억울하게 생각되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내가 지적우월성을 가지고 있는 놈으로 보이겠구나'하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거 정말 중요합니다. 힘을 가지려면 말이지요.

그 밖에 진보자유주의와 보수자유주의는 논란이 될 만한 말 같군요. 기존 잣대에 엄격한 사람들은 비난의 도구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쪽 저쪽 모두에서 말이지요.

뒷부분에 보면 이 인터뷰내에서 제일 주목이 가는 '국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시민대표가 참여당을 자유주의라고 규정한 것은, 본인의 정치성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입니다. 예전에 유시민대표가 어느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국가상징과 국가에 대한 충성맹세는 전체주의 파시즘의 대표적인 모습이죠. 한국에서 국가주의에 대한 반감은 좌우가 없이 공격을 받습니다. 진보나 보수나 모두 스스로를 애국자로 여기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국가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으니 욕을 먹는 것은 당연지사. 유시민은 그 발언을 철회해야 했습니다.

유시민은 인터뷰 말미에서 '진보는 국가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말을 합니다. 한편으로는 참여당을 진보자유주의, 즉,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지향하는 쪽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모순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국가권력에 대한 거부감이 크면서, 한편으로는 국가의 개입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다니요. 물론, 하나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의 폭력성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권력을 말한 것이니 둘의 촛점이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둘 모두가 국가의 모습일진대 한편으로는 국가의 폭력을 거부하고 싶고 또 한편으로는 국가의 권력이 필요하니 이 둘의 타협안이 스스로 이름붙인 '목적론적 국가관'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도 국가에 대한 관점이 다릅니다. 국가를 절대가치로 보는 이도 있고, 소수지만 시장을 절대선으로 국가를 그 똘마니쯤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도 국가를 최고의 가치에 놓는 사람도 있고, 국가권력을 공동체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고요, 더 나아가서는 국가자체를 악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요.

인터뷰말미에 유시민대표는 "사람들은 ....이(국가)를 맡는 세력은 제대로 된 국가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는 말을 합니다. 여기서 '제대로 된 국가관'은 맥락상  "국가란 질서와 불법, 외침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게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을 지배한 보수의 국가관"이란 뜻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유시민대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가를 단지 도구나 수단이 아닌, 국가 그 자체에 가치를 두고 있다'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국가관은 무엇보다 국가의 존재 자체가 우선시되지요. 여기에는 대한민국이 살아야 나도 살고 대한민국이 잘 되면 나 자신도 잘 된다고 보는 관점이 깔려있습니다. 이는 자유주의국가관과도 다른데, 한국의 경우 역사적 경험과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봅니다.

방법이 서로 달라서 그렇지, 이쪽이나 저쪽이나 '대한민국'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지요. 과연 유시민대표가 현실정치인으로서 한국의 강력한 국가주의에 어떻게 반응해나갈 것인지 이 목적론적 국가관이 그 대답이 될 것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무주공산 11-03-27 12:42
 
우리 사회의 이른바 정통 좌파라는 이들은 시민과 민중을 가르고 전자는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부르주아 계급, 후자는 사회적 평등을 지향하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속한다고 하는 서구 근대의 고전적 개념을 맹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개념이나 패러다임이 현실을 담으려는 노력의 소산일텐데 그들의 그런 관점은 지금의 우리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는 것일까요? 중산층은 자꾸 엷어져 가고 소수의 떼부자들과 다수의 서민층으로 양분될 텐데. 획일적인 좌파들은 그 서민들을 다시 시민과 민중으로 나누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저는 김규항 같은 이가 고전적 이론만 추종하는 이, 이론의 동맥경화증에 걸린 사람, 좌익소아병에 걸린 사람처럼만 보입니다.

유시민에 관한 님의 이야기에 여러 가지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참 유 시민은 이름도 시민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드는군요. 이름대로 자유주의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저 역시 국가를 개인의 자유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이들의 이데올로기는 명백한 전체주의라 여깁니다. 우파 전체주의도 무섭지만 좌파 전체주의도 그에 못지 않게 무섭지요.
일호 11-04-02 14:10
 
사실 이런 얘기하는거 두려운 일입니다. 한국의 전체주의는 너무나 강력해서요.
누구는 그러더군요.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현실 정치인은 그래야하겠지요. 김대중대통령같은 분이 그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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