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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조회 2,385  |  추천 18  |  비추천 0  |  점수 100  |  2011-05-23 09:28
글쓴이 :    슬픈한국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역사속으로,책속으로,김노정신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오라에 묶여 손목이 사슬에 묶여
또다른 곳으로 끌려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번에는
전주옥일까 대전옥일까 아니면 대구옥일까

나를 태운 압송차가
낮익은 거리 산과 강을 끼고
들판 가운데를 달린다.

아, 내리고 싶다 차에서 내려
따가운 햇살 등에 받으며 저만큼에서
고추를 따고 있는 어머니의 밭으로 가고 싶다.

아, 내리고 싶다 차에서 내려
숫돌에 낫을 갈아 벼를 베고 있는
아버지의 논으로 가고 싶다.

아, 내리고 싶다 차에서 내려
염소에게 뿔싸움을 시키고 있는
아이들의 방죽가로 가고 싶다.
가서 그들과 함께 나도 일하고 놀고 싶다.

이 허리 이 손목에서 오라풀고 사슬풀고
발목이 시리도록 들길 한번 나도 걷고 싶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리고 논둑길 밭둑길을 내달리고 싶다

가다가 숨이 차면 아픈다리 쉬었다가고
가다가 목이 마르면 갈증을 적시고
가다가가다가 배라도 고프면
하늘로 웃자란 하얀무를 뽑아먹고
날저물어 지치면 귀소의 새를 따라 나도 가고 싶다 나의 집으로

그러나 나를 태운 압송차는 멈춰주지 않는다.
내를 끼고 강을 건너 땅거미가 내리는 산기슭을 돈다
저건너 마을에서는 저녁밥을 짓고 있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김남주 "이 가을에 나는"-

긴급조치와 유신을 비판한 죄로 무기징역을 언도받은 김남주에게 신문은 커녕 종이와 연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하는수 없이 손톱을 꼭꼭 눌러가며 먹고 남은 우유곽의 안쪽에 시를 써내려가야만 했다.

시집은 그렇게 어렵게 쓰여져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감옥에서 십년을 살고 세상밖으로 나온 시인은 감옥에서 얻은 지병으로 인해 불과 5년만에 세상을 떠나야 했다. 세상을 떠나면서 어린 아들을 홀로 외로이 남겨 두었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김토일" 이다. 노동자들이 토요일 일요일 쉬고 하루 10시간 이하씩 일할수 있는 꿈같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염원에서였다  

불과 3년전만해도 그런 세상으로 나아가리란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죄없는 젊은청춘들을 감옥에 보내 죽음에 이르게 만든 이들의 되살아난 광기로 또다시 세상이 뒤덮여 가고 있다.

맨위의 사진은 "싸구려사진사"라는 분의 아이들이 풀밭에서 뛰어노는 모습이다. 그 분은 사진을 올리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겨주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만을 생각하지 말고 주위를 돌아 볼 줄도 아는 마음을 간직하며 커나가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수 있을런지 항상 노심초사 합니다." 

PYH2009081808650001300_P1.jpg 

김대중을 처음 본것은 30년전 나의 집 장독대위에서였다.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빈공터를 에워싸고도 모자라 흙구릉,남의집 옥상 심지어 개천에 발을 담구고까지 모여들던 풍경이 문득 떠오른다.

수많은 인파속에서 놀랍게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것이라곤 그의 연설을 듣는 도중 그 사이사이 기름떼 묻은 옷을 입은 노동자들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소리뿐이었다.

"희망입니다."
"네? 뭐라구요?"
"희망이라구요. 제겐 유일한 희망. 하루에 18시간을 일하고,토요일 일요일도 쉬지못하는 희망없고 낙없는 고단한 노동자의 삶이지만 언젠가는 사람답게살수있는 희망의 서광이 비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육중한 몸무게로 작은 장독을 밟고 올라서있던 그 노동자는 지금쯤 죽었을게다. 물론 김대중도 죽었다. 노무현도 죽었다. 이제 남은것은 무엇일까. 그들이 가다만 길을 이어걸어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살았던 삶보다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는것일게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러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까.

그것은 바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난다는 진리를 수시로 확인시켜주는것뿐이다. 역사로부터. 책으로부터. 그리고 글로부터. 물론,그것은 쉽지 않다. 누군가는 혼란스러워하고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그러한 혼란과 스트레스는 그것으로부터의 도피가 초래하는 재앙적역사의 반복과 역사 퇴보의 해악을 결코 넘어설수 없다. 현재의 한국적 현실이 놓인 기로가 그것을 극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를 이야기할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자유롭게. 누구나 이야기 할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어디서나. 정치이야기를 하면 분열되니 하지말자라는 금기를 깰수 있어야 한다. 특정인에게서는 정치적담론을 기대하지 말라는 궤변을 깰수있어야 한다. 그럴수록 계속 집요하게 물을수 있어야 한다.

정치에 발을 담그면 뒤끝이 좋지 않을거란 정치로부터의 도피유도 행위를 막아내고,혼란 스트레스를 조장하고 꾸며내 정치에 대한 환멸을 부추기는 단절행위를 막아내야 한다. 그러자면 결국 시민이 깨어나야 하고 조직되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 책과의 스킨쉽이 필요한것이다. 김대중 정신의 요체란 무엇일까. 책을 많이 읽는것이다. 김대중은 한국정치사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이 책을 읽었던 정치인이었다. 노무현은 한발 더 나아가 인터넷에 글을 쓰고읽는 소통에도 밝았던 정치인이었다. 그것이 별것 아닌 미덕이었을까. 빛나지않는 장점이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것은 나의 경험이 입증한다. 예전 십수년전만해도 내가 김대중글을 쓰면 욕설과 협박만이 난무했다. 지금도 그렇지 않냐고. 천만의 말이다. 지긋이 눈을 감고 과거와 비교해 보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국민의식은 진보하고 있다. 다만,일부의 실패와 그것의 과장을 원하는 무리들로 인해 빛이 바래고 있을뿐이다.

그것에 화룡정점을 찍어낸 인물이 바로 노무현이다. 그로인해 불 불었던 수많은 눈부신 담론은 지금 이 순간 민주주의의 멸절,진보정신의 소멸 그리고 사람사는세상을 향한 꿈의 쇠퇴를 저지하는 최후의 마지노선을 그려내는 힘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쉽게 꺼질것 같지만 결코 꺼지지 않고,언제든 바람만 불어주면 다시 활활 타오를수 있는 거대한 기운으로 남아있는것이다. 우리는 그 기운의 힘을 믿고 살려낼수 있어야 한다. 작금의 시대정신은 바로 그것이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감행하게하는 혼란스러움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도록 하는 힘을 줄수 있는 이성의 도약과 그것을 가능케할수 있는 단단한 감정의 토대를 만들어내는것말이다.

그러기위해서 책을 추천한다. 나는 지금 책을 사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하고자 하는것이다. 뿐만아니라 책을 살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쉽게 접할수 있는 온오프 쌍방향 비영리네트워크의 확산에도 매진할것이다. 이번 추천은 그 작은 첫걸음이다.

오늘이 노무현서거 2주기다. 몇일전에는 5.18 광주정신 기념일이었다. 그리고 얼마후에는 김대중서거 2주기가 다가온다. 그 정신들을 추모하는 예의의 가장 밑바탕에 사람을 향한 진실한 정신의 향연이 계속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슬픈한국&사회적네트워크&2011년 5월 23일




꽃미남검사관 11-05-23 10:27
 
1권을 읽고 이제 2권인 한국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어 읽는 내내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슬픈한국 11-05-23 10:47
 
꽃미남검사관님//덕담 감사드립니다.
그리다림 11-05-23 17:16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겠습니다.
푹신한돼지 11-05-23 22:38
 
저도 꼭 실천에 옮겨야겠네요
돌아이 11-05-25 13:06
 
눈물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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