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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의 초상 2
조회 635  |  찬성 14  |  반대 0  |  점수 90  |  2010-12-27 14:57
글쓴이 :    슬픈한국


광주민주화항쟁-2

나는 이해찬을 잘 모른다.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도 없고 편지나 이메일로 대화해 본 적도 없다. 그에 대해서는 어느 날 문득 관심이 생겨 그에 관해 쓰여진 저서를 한 권 찾아 읽어본 게 전부다.

그러나 책을 본 후 그에 대한 호감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다. 그 속에는 그가 민주화 운동으로 두 번 투옥을 경험한 후 비교적 연소한 나이에 정치에 뛰어들어 별 어려움 없이 내리 5선에 당선되고 그 와중에 정책위의장, 교육부장관, 국무총리등의 요직을 두루 경험했던 화려한 이력만 무미건조하게 나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런 화려한 경력과 책에서 강조 하고자 했던 드라이한 그의 내면적 성격과 행보부터가 잘 매치가 되지를 않았다. 여느 유명인의 자서전에서나 흔히 보이던 적당한 정도의 분칠 이상의 느낌이 적어도 나에게는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학생 시절 목숨을 던져 독재에 항거하다 두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했던 이력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경력을 가진 정치인은 주위에 그말고도 많다. 김대중만 하더라도 그보다는 훨씬 굴곡이 질퍽했던 정치 행보를 걸어왔다. 되레 목숨을 건 민주화 운동을 하고도 형장의 이슬로 허망하게 사라지거나 아무 대가나 보답 없이 은둔된 황폐한 삶을 살다 말없이 이 땅을 떠나간 이름 모를 사람들의 수가 훨씬 많다.

그는 유능하다는 평가도 많이 받는다. 말 그대로 그는 여지껏 직책을 맡을 때마다 늘 공부하고 늘 연구해가며 언제나 기대 이상의 발전적 성과를 보여주어 왔다. 그러나 이 역시 건국 이래 임명직이나 선출직을 수행하면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수많은 인사들을 딛고 일어서 오로지 혼자서만 독야청청할 정도의 압도적 그 무언가는 절대 아니다.

기득권들의 패거리 문화를 단호히 거부하고 상황에 따라 본심과는 다른 거짓을 밥 먹듯 쏟아내는 위선을 견딜 수 없어 하는 쿨한 정치인을 찾는다면 그는 그 점에서도 노무현 그 이상은 결코 아니다. 그럼 그만을 좋아하고 지지해야 할 그 무언가를 어디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내게 그 계기가 된 지점은 이후 그에 관한 자료들을 여기저기서 하나씩 스크랩해가면서 찾은 그에 대한 한가지 중요한 발견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드라이하게 자존심과 철학을 고수 했지만 중요한 결정적 고비에선 의외로 쉽게 지고 들어갔다. 그리고 이것은 승산은 없지만, 국민의 날 선 시선을 의식해 명분에 집착하는 척 소득 없는 투쟁만을 밀어붙이던 동료의원들로부터 원성을 사는 계기가 됐다.

이해찬이 지나치게 현실 순응적이라는 비난이었다. 그러나 이해찬이 손에서 놓은 것은 명분이 아니라 타이밍이었을 뿐이다. 그는 수로 승산이 없을 때 일단 중단한 뒤 후일 덜 중요한 법안으로 딜을 해 미리 우군을 확보해 놓은 뒤 투쟁중단 이후 모두가 방심하고 있는 절묘한 타이밍을 잡아 허를 찌르며 중요 법안을 통과시켜 냈다.

수구신문이 이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 이해찬은 정책 방향은 절대로 굽히지 않되 그 시기는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찬사를 할 정도로 발군의 능력 이었다. 이런 이해찬에 대한 그들의 호평이 힐난으로 돌변한 이유는 그가 후에 이런 식으로 관철시켰던 법안들이 복수노조, 전교조 설립 등 하나같이 그들에게 당장뿐 아니라 두고두고 후환을 가져올 우환 법안들이었기 때문이다.

전교조 설립 같은 경우 이해찬이 단순히 재야의 숙원을 정책 공조 차원에서 풀어주는 의미로 통과시킨 법안이 아니다. 우리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수구 기득권의 뿌리가 가짜 지식인들의 소굴인 학원과 신문이며 이들과 맞설 견고한 대항조직의 설립 없이는 그들과의 대결이 궁극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밀어붙인 것이며 복수노조 또한 유령노조의 설립으로 노조활동을 방해해온 재벌의 횡포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바로 세워내기 위한 유일한 길임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료의원들이 그런 본질적 법안들은 수구세력의 저항이 심하다는 이유로 외면한 채 다른 껍데기 민주 법안들의 발의숫자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이해찬 만은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국회에서 국가유공자 중 친일 혐의자를 색출 퇴출하는 법안을 발의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해찬은 이 법안의 방향이 옳지만, 타이밍은 좋지 않다고 보았다. 그러나 일단 얼마 못가 수구신문의 등쌀에 못 견디고 도망갈 게 눈에 훤히 보이는 동료들의 요청에 조용히 응했다. 결국,동아일보가 발끈하자 동료 의원들은 모조리 도망쳤고 이해찬만 덩그러니 남아 몰매를 맞았다.

그 후 이해찬은 이번에는 모두가 거부하던 교육부 장관직을 맡았다. 모두가 거부했던 이유는 재정위기로 교사를 자르고, 교육예산을 줄이고, 사학비리를 혁파하라는 개혁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IMF의 요구로 교원구조조정은 불가피했다.) 한 마디로 손에 피를 묻힌 뒤 정치적자살을 하란 소리였다. 그러나 이해찬은 말없이 묵묵히 교육부에 들어갔다.

그리고 찬찬히 왜곡 교과서를 뜯어고치며 친일 사관에 물들어 있던 공직사회를 조용히 뒤집어엎어 버렸다. 그러나 사학은 건들지 않았다. 대신 사학의 부당한 횡포질을 묶는 법안들을 만들어 계속 국회로 날렸다. 이번에도 동료 국회의원들은 법안통과는 미지근거린 채 사학(특히 서원대사건)을 조지지 않는 이해찬의 우유부단함을 맹공했다. 그러나 이해찬은 이번에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덩그러니 혼자서 몰매를 얻어맞았다.

결국, 얼마 못가 촌지 개혁작업을 벌이다 교총과 수구신문의 총공세를 받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가 남긴 유산은 그 이후로도 지속됐다. 그가 설립을 주도했던 전교조가 교총에 대항할 정도로 커져 잘못된 친일 역사를 바로 세우고 수구 신문의 해악을 학생들에게 가르쳐낼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또한, 수구 시민단체들이 이해찬이 교육부에서 개조시켜 놓은 아이들 때문에 친일매국사관으로의 교육과정 개선작업이 어렵다며 이를 박박 갈 정도로 그는 여기저기 대못을 심고 나왔다.

이런 식으로 이해찬이 심어놓은 수구진영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위력의 씨앗들이 지금 이 순간 사회 곳곳에서 드디어 자라나 영글어 터지고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경제파탄 세력이 나라를 절단 내는 와중에 이해찬의 정치적위상은 민심의 물밑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시류와 현상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해찬 그만이 가지고 있는 놀라울 정도의 웅대한 정치적 심혼을 느낀다.

적어도 이해찬이라는 인간을 단순히 일 잘하는 정치인 정도로 바라보는 것이 그의 진면목을 잘 알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단견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는 일반적으로 정치인에 요구되는 식견 경력 지성은 물론이요 눈높은 국민들에게 요구되는 자존심과 철학 그리고 위선과 싸울줄 아는 강직한 인품도 두루 갖춘 신뢰감 있는 정치인이다.

무엇보다 내가 그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스크랩해 보면서 느낀 점은 그만큼 강직하게 수구세력과 맞서 싸워낼 만한 현역정치인은 절대 없다는 것이다. 그간 수구신문은 야권의 분열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아왔고 그 첫번째 작업이 죽일 정치인과 살릴 정치인의 분류였다.

이에 따라 근래 야권사 중 유능하면서 수구신문과 진정으로 날을 세우고도 피 흘리지 않았던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수구신문과 날을 세우고도 피를 흘리지 않은 정치인은 상대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무능하거나, 가짜로 날을 세운 매명 정치인들뿐이었다. 예외적으로 매명질과 계보질에 도취되어 보스 대신 수구신문과 대결하는 정치꾼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수구신문에 있어 그런 정치인들은 깜이 아니거나 살릴 정치인이다. 왜냐하면 그런 정치인들은 분열의 최적작업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후 수구의 염원대로 김대중 노무현 이해찬의 등에 차례로 칼을 꽂았다.

이런 간악한 수구언론의 농간질에 가장 심한 고초를 당했던 정치인이 바로 김대중 노무현이다. 그리고 현역 정치인중엔 오직 이해찬만이 남아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존재가치는 이 시점에 찬란한 빛을 발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아직도 조국을 팔아 매국하고 환란을 불러 일으켜 경제를 파탄 낸 세력들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앉아 이런 세력을 이해관계로 엉켜 비호하는 재벌 수구신문들과 함께 특권과 반칙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세력에 한 마디 일갈 할 수 있는 정치인의 존재조차 씨가 마른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안하무인이 된 수구들에 의해 공안정권 경찰국가 독재정부의 본 얼굴로 되돌아가려는 광기가 사회 전반을 온통 뒤덮어 가는 암울한 시국이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수구들의 오랜 작업의 산물인 것이다. 허니 그 속에서 당당하게 정면 대결을 펼치고도 피투성이가 되어 살아남은 이해찬의 존재감이 이런 난국에서 어찌 빛을 발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지금은 정책, 가치, 철학 나위로 말장난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건 기본으로 갖춘 진짜 정치인이 나서고 용감한 국민이 합세해 60년에 걸쳐 나라를 거덜내온 경제파탄 수구 친일 매국노들을 척결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향한 사회적 분노의 에너지도 충천해 지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그 위난에 처한 나라를 누가 구할 것인가. 그럴 능력은 물론이요, 자격까지 겸비한 정치인은 오로지 현재로선 이해찬뿐으로 보인다. 그것이 지금 이 시점에 내 눈에 비친 이해찬의 진정한 초상이다.





가정맹어호 10-12-27 17:21
 
많이 배웁니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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