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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열풍 단상
조회 2,455  |  추천 20  |  비추천 1  |  점수 114  |  2011-09-07 11:02
글쓴이 :   무주공산

안철수열풍 단상: 
안철수가 흔든게 아니고 네 마음이 흔들린 거야






선문답을 보면 다음과 같은 유명한 공안이 나온다.

예전에 중국의 어떤 절에서 바람에 깃발이 나부끼는 것을 두고 수좌 둘이서 이야기한다. 한 사람은 "깃발이 흔들린다" 라고 주장하고, 또 한 사람은 "아니, 바람이 흔들리는 거다," 라고 주장한다. 이때 6조혜능이 뒤에서 듣고 한 마디 한다. "진짜로 흔들리는 것은 그대들의 마음이지." 

이번에 안철수의 출마설, 불출마 선언을 두고 세상이 온통 뒤흔들렸다. 그야말로 온갖 정당, 언론, 집단, 개인들이 중구난방으로 한마디씩 하는 바람에 오뉴월 개구리 우는 소리 같은 것으로 세상이 온통 시끌벅적했다. 오늘 아침, 이런 현상을 잠시 생각하는데 이 공안이 문득 떠올랐다. 재미 있었다. 그러면서 이 공안이야말로 안철수 현상의 재미 있는, 상당히 유의미한 은유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물론 이 공안을 상식적으로 해석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런 공안이 진실로 겨냥하는 것은 이런 해석적 관점이 아니다.) 

안철수는 별로 크게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온갖 정당, 언론, 학자, 논객, 파당, 개인들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면서 요란법석을 떤다. 그들이 내놓는 온갖 해석을 가만히 듣자면 참 세상에는 생각과 해석과 판단의 스펙트럼이 은하계의 이쪽에서 저쪽까지 참 다양하기도 하구나 하는 실감이 새삼 든다. (하기사 칠십억의 인구가 있으면 칠십억의 해석이 존재하니 당연한 일이긴 하다만.)

안철수는 여의도 근처도 가지 않았는데 주류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면서 여의도가 온통 뒤흔들렸단다. 한나라 사람들은 처음에 한나라, 민주당, 안철수의 삼자대결을 가상하고 안철수 덕분에 그간 반쯤 포기했던 서울시장 자리 다시 건질 수 있겠구나 싶어 영희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쾌재를 불렀다. 한데 그 뒤 안철수가 강력하게 한나라를 밀쳐내버리자 똥씹은 표정이 되어 당황하고 분개하고, 걱정하고, 생난리였다.

민주당 사람들은 이거 큰일났구나, 하고 샛노란 얼굴이 되기도 하고, 옴매 기죽어 하고 콱 주저앉기도 하고, 혹시 야권 단일화 과정을 통해서 우리 쪽으로 견인할 수 있을까 싶은 희망을 갖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았다. 

이른바 진보진영 대중들의 상당수는 안철수가 서울시장 선거판에서 결국 한나라를 이롭게 할 것이니 적이라 규정하고 안철수를 의심하기도 하고, 평소의 이미지 때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한나라 프락치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언론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 정도가 아니라 천마디씩 하는 바람에 안철수 파문이 자꾸 자꾸 증폭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말은 다 나왔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냥 생략하기로 하자. 

그런 현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은 "참, 가지가지 한다, 꼭 안철수라는 한 자연인을 즈네들 생긴대로 해석하고 규정하고 판단하고 매도하고, 부추기고, 오해하고, 이해하고 있구나. 돼지같은 것들은 돼지 같이 보고, 비열한 것들은 비열하게 보고, 잔머리에 능한 것들은 잔머리에 능한 사람으로 보는구나"다.  

나는 안철수를 그냥 있는 그대로 보고 싶다. 물론 이것도 내 자의적인 해석이고 판단임에는 변함이 없다. 나라고 다른 장삼이사들과 다른 별쭝난 사람은 못된다. 다만 나는 안철수 현상을 가급적 내 입장에서가 아니라 안철수의 입장에 서서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특징은 갖고 있다. 이제 내가 갖고 있는 안철수의 이미지에 관해 먼저 밝힌다. 내 심상이니 이것을 객관적인 사실에 관한 설명으로 오해하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까. 그리고 실제로 이 세상에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것은 없다.

우선 나는 과거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밝혔듯이 안철수를 상당히 좋아한다. 

그는 과거에 의사, 백신개발자, 견실한 IT기업 CEO, 교수 등의 다방면에서 열심히 노력해온 사람이다.

그는 이른바 이과계통 사람이면서도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것은 그의 멘토들의 조언에 따라 새롭게 형성된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효리도 모르는 대표적인 간첩인데(국정원에서는 이분을 왜 안잡아갈까?) 이는 그가 얼마나 각종 잡기와 즐길거리 등에 무관심하고 그저 본인이 하고 싶은 일 혹은 해야 할 일에만 매진해온 사람인가를 입증해준다. 

그는 그야말로 엄친아 같다. 그는 엄친아답게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딴 데 눈길 안 팔고, 머리좋고, 도덕적이고, 책임의식이 강한 사람 같다. 

그는 대체로 이 시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문제점들과 병리들을 정확하게 짚고 있으며, 어떤 처방들이 필요한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편이다.
 
그는 MB가 지식정보산업 무시하고 삽질하는 것에 한심해하고, 삼성이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잡아먹고 착취하는 것에 분노하고, 나이든 세대가 미래세대의 부를 갈취하는 바람에 젊은 세대가 대량실업사태에 휘말려 고통받는 것에 안타까워하고 자신도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청춘콘서트에서 "미안하다"고 했고. 

그는 기업과 대학과 청춘콘서트와 같은 강연장 등을 통해 많은 젊은이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지금 우리의 서민들과 중소기업과 젊은 세대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겠다, 이런 현실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는 뭘 해야 할까, 혹은 뭘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다 때마침 오세훈 사태가 터졌다.

그의 출마설과 불출마 선언은 그렇게 해서 나왔다고 나는 믿는다. 그 과정에서 안철수는 세상이 너무도 요동하는 것에 적지 아니 놀랐을 것이다. 자신이 미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상황을 관망하면서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주변 사람들 때문에 불쑥 출마설이 터져나오는 바람에 그가 발언했듯이 "준비된 상황에서 기회가 왔을 때 행동한다"는 그의 평소 스타일과는 상당히 다른 행보가 펼쳐지기 시작한 듯하다. 

그리고 그가 박원순에게 양보한 것을 두고 꽤 많은 걸레들이 야합이니, 뭔가 속셈이 있다니, 뭔가 구린 게 있다니, 대선을 노린 거라느니 말들이 많은데 나는 안철수를 제대로 보면 답은 저절로 나온다고 생각한다. 안철수는 아직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고, 성미급한 이나라 사람들과 언론들은 그에게 빨리 빨리 대답하라고 다그쳤고, 그래서 박원순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고 서울시장이 되어 뭔가 뜻있는 일을 해보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면 자기가 기꺼이 양보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무슨 유대인음모 같은 것들이 작용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게 50퍼센트가 5퍼센트에 양보한 주된 이유라 믿는다. 

나는 이번 안철수 사태의 전말은 대략 이러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대략 반한나라 비민주 정도에 가깝지 않을까 여길 뿐이다. 

내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선 느끼는 것은 지금 이 정권 아래 사회전체가 어지러운 불안상태에 빠져들어가면서 2-40대 국민 전체의 정치적 관심도가 대단히 높아졌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명망있는 인물들이 부상하면 만사 다 제쳐놓고 우선, 저 사람의 정치적인 스펙트럼이 뭐냐, 하는 데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 그래서 모두들 문제 인물에 대해 정치적 레테르찍기에 여념이 없어서 그런 인물들이 정작 황당하고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리는 것 같다. 

원래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거니와 어차피 정치가 문제가 되어 모든 게 정치적으로 돌아가는 시대에 누군가가 비정치적으로 남아 있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떤 이들은 정파 혹은 정치적 스펙트럼과는 상관없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뜻있는 일을 하고 싶을 수도 있을텐데 정치적인 세상의 정치적인 인간들은 그런 사람들을 절대로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일단은 그런 이들에게 파랑색, 빨간색, 노랑색 등 같은 색깔을 입히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믿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제 여론 형성의 매체, 미디어의 주체가 신문방송이 아니라 SNS로 확실히 옮겨갔다는 것. 곽노현 사태에서 봤듯이 이제 젊고 진보적인 대중들은 한나라 민주당은 물론이요 한경오까지를 포함한 신문과 방송, 조국이나 진중권 같은 정치시사 평론가들, 이름있다는 온갖 학자들 따위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촌뜨기 게릴라 같은 김어준, 유시민이나 이정희 같은 진보 진영 정치인들의 말에 더 귀기울이고 그런 정보들을 빠르게 전파시켜 재빨리 주도적인 여론형성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K-Pop의 전세계적인 유행(아직 본격적으로 유행하는 것은 아니지만)이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도 예전에 보지 못했던 현상의 하나가 아닌가. 이렇게 주류미디어들이 달라졌다는 것은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는 곧 메시지다"라는 유명한 경구가 내포하고 있는 함의와 더불어 깊이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안철수 씨, 잠시지만 이번에 고생 마이 했어요. 부디 정신 잘 수습하시고 예전처럼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에서 열심히 할 일 하시면서 앞으로도 이 나라의 고통받는 젊은이들과 어려운 사회경제를 살리고 돕는 데 일조했으면 합니다.  
 





                                                                                                                          
                                                                                                                        ⓒ무주공산&사회적네트워크&2011년 9월 7일

 




무념무상 11-09-08 16:52
 
동감하는 글입니다. 지금까지 안철수가 해온 걸어온 인간 행적은 보지 않고, 보지도 못한 부분만들 마음대로 해석하고 난도질한 글들을 보면서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물론 저또한 편협한 생각 일 수 있지만, 제발 철학이 있고 정직한 정치가가 많이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미궁 11-09-08 20:03
 
잘 읽었습니다~^^
GHOST 11-09-09 07:27
 
"준비된 상황에서 기회가 왔을때 행동한다..."
인간 안철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말씀에
동감입니다.
이효리도 모르는 대표적 간첩...
저는 어쩜 그 말씀이 인간 안철수가 쌓아야 할 스펙이 아닐까 싶기도 하더군요
꽃미남검사관 11-09-12 17:53
 
무주공산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안철수님은 정치를 안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정치는 정치전문가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순수하고 양심있는 그런분은 지금 학자로서 젊은이들의 귀감이 되는 롤이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입니다.
아라곤 11-09-23 06:57
 
나는 안철수님께서 정치를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박경철님도 김어준님도 완전히 판을 뒤엎어 버렸으면 합니다.
생명살리기 11-11-05 16:55
 
정확한 진단이라 생각한다
단추 11-11-17 15:55
 
그렇겠죠? 좀 능력있는 사람이 제대로 방향잡고 나갈 수 있도록 담 번 대선에 꼭 나오길 희망합니다.
크레비츠 11-11-21 13:17
 
저는 조금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으로서 안철수는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정치인은
정당을 거치며 평가받아야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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