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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화두는 웰빙이 아니라 생존이다!
조회 3,202  |  추천 44  |  비추천 0  |  점수 156  |  2011-02-18 02:16
글쓴이 :   무주공산

집 사람과 함께 차를 타고 군포 시내를 지나가는데 집 사람이 재미 있는 이야기를 한다. 산본의 몇단지는 임대주택이 많고 생활보호대상자가 많이 살아서 등급이 떨어지는 데고, 몇몇 단지는 평수가 넓어서 좀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등급이 좀 높단다. 그리고 부곡단지에 사는 사람들은 금정역 근처의 *미안 아파트 같은 데서 살고 싶어 한단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더 그러고 싶어한다고.  

금정역 근처는 군포에서도 비교적 복잡한 지역이라 주거지역으로 별로인 것 같은데 젊은이들은 교통이 편해서 선호한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그 동네 사람들은 몇 단지에 산다고 하면 아항, 당신의 재산 수준은 대략 이러저러하고 그래서 당신의 인간 등급도 이러저러 하구나 하고 짐작한다나 어쩐다나.

그런 얘기를 들으면 헛웃음만 나온다. 인간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려 드는 것도 가소롭긴 하지만 그건 차라리 둘째 문제다. 사람들의 의식은 참 잘 안 바뀐다. 어디서 몇십년 전 고리짝 이야기를 하고 있나? 아파트의 총체적인 시세가 절벽 끝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언제 수직 낙하할지 모르는 판국에 아파트 단지마다 등급이 있다고? 다 하우스푸어들인데, 아파트 시세가 사분의 일 토막, 십분의 일토막이 나면 죄다 거지꼴이 될텐데, 뭐, 등그읍???  죄다 그런 허풍선이 바람 빠지는 소리나 내고 다니면 농사는 누가 짓고 소는 누가 키우나?

<단판한>이라는 말이 있다. 머리 양쪽에 판자를 붙여놓아 그저 앞만 보일 뿐 옆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그저 앞으로만 내달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왜 이리 단판한들이 많으냐. 지금 수도권의 아파트들은 상어가 우글거리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판자조각들이나 진배없고 거기에 올라앉은 사람들은 언제 상어밥이 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내 판자가 넓으냐 네 판자가 넓으냐, 내 판자 평수가 넓으니 너는 개털이고 나는 유족한 중산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냐? 

다 알다시피 1기 신도시들에는 이미 보이지 않게 슬럼화의 기운이 스물스물 기어들고 있다. 한때 수려한 수리산 자락에 장엄하게 터잡은 무공해 신도시처럼 보였던 산본의 아파트들은 외형만 봐도 이미 낡아가고 있는 기미가 역력하다. 5년만 지나면 이미 그 아파트들은 재건축의 기로에 설 것이다. 노태우 정권 때 바닷모래로 지은 분당의 상당수 아파트들은 더 빨리 부식할 것이다. 웬만한 사람들치고 이거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

그런데도 어느 아파트단지에 사느냐로 사람의 수준을 가늠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살아 있다니 그저 신기하고 신비로울 뿐이다. 나는 차라리 주공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가 제일 부자 같은데. 우리는 은행대출액 제로이니 은행 무서운 줄을 모른다. 이 시대에 은행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있다면 그는 우리처럼 무대출자 아니면 바보 중의 하나다. 은행에서 거액을 대출받은 사람들이 은행 무서운 줄 모른다면 그건 아직 철부지라서 그렇다. 원금을 상환하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은행이, 은행빚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본격적으로 실감하기 시작할 것이다.     

구정 때 두 남동생을 만났는데 그 친구들은 주식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어이가 없어, 느들은 세상 물정도 모르냐, 지금이 어느 땐데 주식에 돈을 들이민단 말이냐, 고 나무랐더니 막내동생이 발끈한다. "형은 왜 노상 주식 떨어진다는 소리만 해요? 형 말 듣고 사지 않아서 얼마나 손해를 봤는데?"

더 할 말이 없었다. 코스피 종합시세 2100이 넘은 판국에 어리석은 것들이 어느 주식이 좋고 어느 주식이 별로네, 하고 이야기하는 걸 보니, 그리고 경제지의 삐끼들이 주가 2500, 3000을 이야기하니 이제 주식시장도 종쳤구나 싶었다. 욕심이 드륵드륵한 바보들이 떨어질까 겁먹고 참고 참다가 뒤늦게 뛰어들 때가 바로 상투잡을 전형적인 때가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요즘 들어 주가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어리석은 동생들 같은 개미들이 부들부들 떠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외국인의 bye 코리아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어느 선까지 bye bye 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확실한 건 그것들이 조만간 대거 손 털고 일어설 날이 분명 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게 내달이 될지, 내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국내외 상황을 보건데 오래도록 눌러앉아 있지 않으리라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자명한 사실을 모르는 이들 중에 내 동생들이 끼어 있다니 참 할 말 없다. 나이나 어려야 뭐 강압을 해서라도 막지. 

어제는 아침마당이라는 TV프로에서 이모라는 정신과 의사겸 강북 S종합병원 원장직을 역임했다는 이가 개 풀뜯어먹는 것 같은 소리를 한참 늘어놓는다. 건강이 최고고,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느리게 살고, 마사이족처럼 자주 걷고,  틈만 나면 계단을 오르고, 들뜬 행복이 아니라 은은한 행복을 맛볼 줄 알아야 하고, 밥은 천천히 씹어 먹고, 세로토닌이 자주 나오게끔 살고. . . .
 
틀린 소리는 별로 없다. 마사이족처럼 가벼운 팔자걸음으로 걷는 건 한국인에게는 맞지 않는 걷기 방식이라는 점만 빼고는(한국인들은 11자, 삼단보행 방식으로 걷고, 팔을 앞보다 뒤로 더 힘차게 흔들며 걸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그가 이 나라의 상위 0.0001 퍼센트에 속하는 부유하고 교양있고 합리적인 이처럼 보이고, 그래서 그는 그저 기득권을 향유하면서 건강과 웰빙, 그리고 서구적 합리주의에 기반을 둔 약간의 영성적, 정신적 삶을 지향하시는 것 같은데, 내 눈에는 그게 같잖아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뭘 대중을 계몽해야겠다고 작심한 사람처럼 도도하게 가르치는 식의 웅변을 토하고 그러시는지.

나는 남을 함부로 깔보거나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없고 늘 누구에게나 겸허하게 다가가고 싶은 사람이긴 하나, 국내외적으로 한정없이 위태로워보이는 세상에서 미래세대의 부를 갈취해서 부자가 된 노령의 부동산 부자들 중의 한 사람 같아 보이는 분이, 게다가 얄팍한 정신과적 충고를 담은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까지 되신 분이, 게다가 S재벌이 운영하는 종합병원의 원장님이  한가롭게 전원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람들에게 느림의 미학과 세로토닌 찬양론, 건강 제일론, 은은한 행복론을 설파하시고, 몇십년 전 해외유학파 지식인들의 전형적인 계몽주의적 태도까지 보이니 짜증이 날 수밖에. 그래서 다 듣지 않고 중간에 텔레비전을 그만 꺼버렸다.        

내 여조카 하나는 뒤늦게 공부에 취미를 붙여서 대학원까지 진학하더니만 어느날 내게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는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을 존경했는데 알고 보니 공부를 많이 할수록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교만해지는 것 같아요." 
 
나는 조카의 말에 전폭적으로 공감했다. 그리고 섣부른 지식은 사람들을 교만하고 영악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고, 또 그걸 통해 신분상승, 지배권력 확장을 꾀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고 했다. 나는 실제로 학문과 교양이 인간을 타락하게 만든다는, 장 자크 루소가 2백여년전에 설파한 견해가 상당히 일리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전세계의 중산층이 미국발 거품이 빠지면서 하나같이 거지꼴이 되어가고,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어가고, 다수가 고실업 고물가의 고통에 시달리고,  그때문에 세계 곳곳이 소요와 폭동 사태 등으로 정치적 불안정마저 심화되어가는 판이고,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더 큰 잠재적 위험요소들 때문에 폭탄 위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형국인데 뭐, 세로토니인??? 느림의 미하학??? 마사이족 걷기이????

누구든 자기 소신껏 할 소리를 하고 살 권리가 있긴 한데 때와 풍속에 맞지 않아 보이니 공연히 비위장이 틀린다. 19세기가 한참 지난, 이렇게 개명한 시대에 무지한 이들을 모아놓고 아직도 샤머니즘 타파, 불신지옥, 예수구원을  외치는 교양있는 자를 봐도 나는 역시 비위장이 틀려 속으로, 너는 아프리카에 가서 거기 추장하고 어깨동무나 하고 살라고 악담할 것이다.     
 
조만간 중산층이 떼로 도살당할 위기에 처한 이 시대 이 사회의 화두는 통일도 아니고, 웰빙도 아니고,  다이어트도 아니고, 초콜렛 복근도 아니고, 아이돌 그룹도 아니고, 소셜 네트워크도 아니고, 스마트폰도 아니고, LED도 아니고, 세시봉도 아니고, 행복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고, 느림의 미학도 아니고, 영적인 깨달음도 아니고, 에콜로지도 아니고, 수출제일주의와 경제 성장과 GDP 무한 성장은 더더욱 아니다. 이 시대의 화두는 바로 생존이다. 




격암 11-02-18 09:50
 
잘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올드보이 11-02-18 11:05
 
사지도 않았는데 손해를 봤답니까? 하하하...
올드보이 11-02-18 11:15
 
이번 글은 꽤나 재미있네요 ㅋㅋㅋ
복뎅이 11-02-18 14:09
 
저도 그강의를 얼핏보면서 님과같은 생각을 했답니다.말장난에 불과하다는..잘읽고 갑니다
금붕어 11-02-18 14:14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거문독쓰리 11-02-18 18:01
 
전적으로 공감되는 글이네요... 제 걱정역시 생존인거 같습니다. 요즘같이 이사하기 힘든시기에
집사람이 집을 사고싶다느니 , 오피스텔을 사서 임대를 하는게 나을거 같다느니, 왜 그렇게 비관적인
생각만 하니, 은행에 돈 묻어두기만하면 화폐가치 떨어지는데 나중에 집 하나 장만하겠냐느니 하면서
저를 압박하네요. ㅎ. 유혹이 많은 시기이며, 혼란스러운 시기인거 같습니다.
다들 생존하시길.. 그럼 저같은 빚없는 서민도.. 웃을날이 있을런지. ㅎ
snorelion 11-02-18 21:49
 
언제부터인가 친구들과의 대화 끝에 " 열심히 버티자" 합니다..
리버글렌드라… 11-02-18 22:02
 
공감 꾸욱 누르고 가네요 ^^
레전드급찌질… 11-02-19 03:09
 
레미X이라니?!
레전드급찌질… 11-02-19 03:19
 
뭔가 굉장히 비관적인듯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광기가 그렇듯 틀린말은 아닌듯 하면서 생존이란 말에 공감합니다. 지금 대단하다고 느낀것이 과연 앞으로 10년안에 어떻게 사라질지.
메그 11-02-19 10:01
 
어쩌면 내 생각과 그리도 같은지.....반갑습니다. ㅎㅎ
coyote 11-02-19 13:41
 
참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왔는지 저부터 맘을 다 잡아야 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쭈구리 11-03-18 10:08
 
무주공산님의 이 글을 읽고 제가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생존....
제 주변에서 이 이야기를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우스겟소리로 넘기는 사람들......
저 혼자 뻐꾸기처럼 ... 내뱉고 만 기억이 스쳐 갑니다....
앞으로 다가올 것이란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아라곤 11-09-23 07:00
 
배낭족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나는 꼼수다 합류하시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배낭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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