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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기의 빛
조회 1,740  |  추천 7  |  비추천 0  |  점수 30  |  2011-03-27 13:14
글쓴이 :   해인

주고받기의 빛

제가 좋아하는 Radio Lab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이야기를 이글의 시작점으로 삼습니다.(Blood Buddies:
http://www.radiolab.org/blogs/radiolab-blog/2010/dec/28/blood-buddies/). 제럴드 위킨슨이라는 교수가 대학원생일 때 흡혈박쥐관련 연구를 하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이야기인데요. 이 분이 흡혈박쥐들이 낮 시간에 가끔 서로 입을 맞추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서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어 피를 나누어 주는 모습이었는데요.


밤에 다른 동물의 피를 빨지 못해 굶주린 박쥐에게 배부른 박쥐가 피를 게워올려 먹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피를 나누어 먹는 박쥐들이 당연히 가족/친척 관계일 것이라 여겼다고 하더군요. 자신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대상에게 친절함을 베푸는 일은 학계에 많이 보고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그런식으로 베풀어진 친절은 사실 자신의 유전자를 공유한 또 다른 자신을 도우는 것이니 일종의 자기애라고 보는 것이죠.


그런데 이 제럴드라는 분이 좀 색다른 실험을 합니다. 총 12마리의 박쥐를 자기 집에다 데려다놓고 저녁에 피를 먹을 수 있도록 했는데요. 매일 저녁 그 중 한마리를 새장에 가두어 놓고 굶깁니다. 동이 틀무렵 다시 풀어주고 어떻게 하나 관찰한거죠. 이 일을 2주정도 반복했는데 굶주린 박쥐는 항상 피를 나누어 먹을 수 있었고 거기에는 어떤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보게됩니다.


피를 얻어먹은 박쥐는 피를 나눠준 박쥐를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피를 나눠준 박쥐가 새장에서 굶주리게 되었을 경우 그 박쥐에게 피를 나누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좀 더 분석해 본 제럴드 교수는 주고받기를 통한 연대가 혈연적 관계보다 훨씬 더 강력하더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요. 여기서 주목할 점이 타자와의 주고받기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관계이고 혈연관계는 주어진 관계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계속 확장하고자 하는 개체의 특성상 가족혈연관계 내에서의 주고받기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가족혈연관계을 넘어선 타자와의 주고받기는 이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죠. 그리고 타자와의 주고받기를 통한 연대가 혈연관계보다 더 중요하고 이것이 일반적인 자연현상이라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겠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 흥미로운 발견은 일반적인 자연현상이 아님이 드러납니다.


그럼 왜 흡혈박쥐들은 이런 비자연스러운 행동을 할까가 의문으로 남는데요. 제럴드 교수는 아마도 어떤 특정시기에 포유류의 갑작스러운 개체수 감소에 그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포유류수가 갑자기 줄어들어 먹을 피가(식량이) 부족해지니 서로 나누고 주고받는 생존전략을 채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인데요.


모든 것이 풍족하고 여유로울 때 서로 돕는 것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극도로 어려운 생존환경이 오면 무의식적으로 서로 돕게 된다는 것이죠. Radio Lap 진행자들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Under a certain circumstance for a group of animals, being nice really isn't an option. It's the only way."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직접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제럴드 교수의 연구는 엄밀성이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총 12마리 박쥐표본을 어떻게 추출했는지 의문이 들고, 게다가 invariably라는 단어를 always가 아니라 most time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은 이 분의 과학자적 자질을 의심케하는 발언인데요. 여하튼 중요한 점은 타자와의 주고받기 혹은 나누기가 결국 나와 내 가족의 생존에(내 유전자의 생존과 전달에/넓게 보면 내 민족의 생존에/ 좀더 넓게 보면 인류의 생존에) 궁극적인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일정정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지구에서 진화의 맨 앞(?)을 달리는 인간이라는 동물에게 있어서, 혈연관계를 뛰어넘는 타자와의 주고받기란 생존을 넘어선 일상적 연대의 형식으로 인간 유전자에 깊숙히 새겨지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는 그 진화의 단계를 밟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는데요. 김영민 선생께서 항상 말씀하셨듯이, 주고받기가 감정이입을(empathy) 통한 호의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하면,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으로써의 주고받기를 통한 연대가 긴요한 것이지 개인적 호불호/감정/안면등으로 이루어지는 주고받기란 오직 자기거울방속으로 기어 들어가 자신의 체제를 더욱 강고히 하는 기제에 불과한 것이죠.


예를 들어, 친목질로 표현되는 온-오프라인의 폐혜는 감정이입을(동일시를) 통한 주고받기가 그 근원적 원인인 것이고, 맹박이가 기부문화를 강조하며 국가가 해야할 복지를 개작살내는 대목은 복지를 개인적 측은지심(감정이입)에 의존하겠다는 사회파괴적 행위, 다시말해 이대로!의 세상을 좀더 공고히 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복지란 서로 주고받는 사회적 신뢰의 한 형태임을 쳐다보지도 않고서 말이죠. 슬프지만 우리는 배고픈 아이들을 먹이는 밥도 '공짜밥'으로 불리는 더러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죠.)  


물론 Empathy를 통한 상호작용도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Empathy 없는 자가 사람일리 없고 어떤 학자는 Empathic Civilisation(
http://www.youtube.com/watch?v=l7AWnfFRc7g) 을 주장하기도 하니까요. 다시말해 측은지심으로 사회에 기부하는 행위도 존경받아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그것과 별도로, 주고받고 나누는 행위가 사회적 신뢰(호의가 아니라)속에 뿌리내리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한단계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여기서도 외부성을 향해 나아가는 '산책'(참여와 개입)이 긴요한데요(
http://blog.daum.net/inmun_economics/13). 왜냐하면 나와 타자 사이에 가로놓인 심연을 가로지르며 걸을때(주고받고 나눌때/'산책'할때)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약속/신뢰 뿐이니까요. 따라서 '산책'은 '알면서 모른체하기'의 정신을 요청 하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상대방의 호의와 진심이 무엇이든지간에 혹은 그 깊은 진심과 호의를 알면서도 모른체하며 외부성을(사회적 약속과 신뢰를) 이드거니 슬금하게 얻고자 하는 것이죠. (사실 김영민 선생이 말씀하시는 '알면서 모른체하기'라는 말은 이 보다 더 깊은 뜻이 있습니다. 연극적 실천 혹은 가면-쓰기라는(페르조나가 아닌) 표현으로 요약할 수도 있겠는데요. 도덕적 주체(페르조나)가 아니라 윤리적 주체로서의 지원행방을 의미합니다. http://jk.ne.kr/gnuboard4/gnuboard4/bbs/board.php?bo_table=juck&wr_id=366)


그래서 유시민님은 "인생에서 진정성이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고 말했죠.(
http://www.youtube.com/watch?v=tVkwKGVxMyg 아주 유익한 비디오입니다. 위 말을 하면서 예를 든 에피소드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민주주의를 해도 신뢰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고, 민주주의를 안해도 신뢰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습니다. 반복하지만, 어두운 동굴속을 더듬으며(타자 사이의 심연을 가로지르며)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겐, 약속과 신뢰만이 유일한 이정표인 것이죠. 이제 중요한 것은 초기의 약속을 바탕으로 어떤 약속과 신뢰를 만들어 나가느냐,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세력으로 어떻게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법고창신할 것이냐일 것이겠죠.


저는 우리가 친목질에 빠지지 않고 합리와 정리가 만드는 부드러운 긴장을(
http://www.hani.co.kr/h21/data/L981012/1p94ac0h.html) 잘 탄다면 놀랄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뱀발)
* 이 글의 제목인 '주고받기의 빛'은 김영민 선생께서 예전에 경향신문에 쓰신 글의 제목인데요.(
http://jk.ne.kr/gnuboard4/gnuboard4/bbs/board.php?bo_table=mun&wr_id=172&page=1)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더 깊게 찔러주고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 Radio Lap에서 방송 했던 것들 중 흥미롭게 들었던 에피소드들을 link합니다.
  - Wild Talk:
http://www.radiolab.org/blogs/radiolab-blog/2010/oct/18/wild-talk/
  - Where Am I: http://www.radiolab.org/2006/may/05/
  - Lost & Found: http://www.radiolab.org/2011/jan/25/
  - Animal Mind: http://www.radiolab.org/2010/jan/11/
  - Deception: http://www.radiolab.org/2008/mar/10/




슬픈한국 11-03-27 16:27
 
오래간만에 오셨네요.
무주공산 11-03-27 22:50
 
잘 읽고 갑니다.^^
해인 11-03-28 01:51
 
한마디 더 추가한다면, 세상은 온통 역설로 보이는데요. 가령, 돈을 쫓으면 돈이 달아나고, 광장을 지향하면 난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광장을 지향하지 않으려고 애를 쓸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광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광장' 말이죠.

저는 세상이 온통 역설이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를 노무현 대통령께서 보여주셨고, 유시민님이 또 다시 그 역설을 보여 줄것으로 생각합니다.
의진 11-03-28 07:50
 
좋을 글 감사합니다. 시간내서 링크되어 있는 내용들을 찬찬히 살펴보아야 겟네요.
생명살리기 12-08-26 21:25
 
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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