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플랜 B 마이너 리포터를 쓰고 있는 이쁜돌입니다.
처음 오일피크를 거론 하고 식량위기를 걱정하는 글로 시작해
귀농 체험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풀뿌리부터 시작하고 준비하기 위해
농업을 알고 배우기 위한 과정들을 이야기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농촌에 내려 온지 이제 겨우 두 달
보리심고 콩 타작하고, 무 뽑고, 비닐하우스 치다 보니 금새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 와중에 선배 귀농인, 공동체 귀농단체, 여러 마을 이장님, 마을 어르신, 농촌지도소 분들
너무 바쁜 나머지 오일피크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린 것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식량문제는 정말 피부로 와 닿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검정콩을 타작을 하러 갔는데 760평에서 2가마가 약간 모자라게 나왔습니다.
그것도 쭉정이가 반이라 상품가치가 있는 건 1가마 정도 될 것 같았습니다.
콩 타작 하러 트랙터와 타작기를 끌고 오신 분이 돈 받기 애매 하다고 할 정도로 수확량이 안 좋았습니다.
농촌에서 기계를 돌릴 때 계산 하는 법은 시간 기준이 아니라 물량 기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쉽게 말해 트랙터를 쓸 경우 일당 얼마를 주고 하루 동안 기계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내 논이 천평이면 천평을 로타리 쳐주는 것을 계산해서 이용료를 주는 것입니다.
콩의 경우도 그날 타작한 수확량의 1할을 받는 것이 이곳 관례입니다.
- 이 관례는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고, 현지인과 외지인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통 콩의 경우 가계에서 물건 파는 어르신도 760평이면
잘 되면 3가마 못 되면 2가마라는 말을 하실 정도의 수확량은 있어 줍니다.
- 상품가치가 있는 것으로-
그런데 이번에 턴 콩은 품질이 조금 안 좋은 것 까지 합쳐서 두 가마가 안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지은 콩 농사 치고는 그럭저럭 나온 양이라고 합니다.
어떤 밭은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밭에 그냥 놔둔 경우도 있었습니다.
콩 타작을 하러와 주신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 귀농 4년차 선배님이셨습니다.-
"농사는 하늘이 지어 주시는 것이지 자신이 하는 건 10%도 없다는 걸 알 게 되었다.
농사를 지으니 하늘에 순종하는 법을 알겠더라."
그리고
"정말 식량이 걱정이다. 올해 논 농사 다 망쳤는데 내년에도 이러면 정말 답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주위 어르신들도 다 알아 듣는다. 이제는.
그런데 준비 할 수 있는 게 없다.
올해 농사들을 다 망쳐 웬만하면 거름으로 논에 놔두는 집도 볏짚 팔겠다고
여기 저기 판로 좀 알아 봐 달라도 하는 형편이다."
"정말 식량위기가 오면 도시 빈민이 가장 먼저 굶어 죽고 그 다음으로 농민이 종자 끌어 않고 굶어 죽을 거다."
왜?
농촌에 아니 농민들 손에 쌀이 없기 때문이다.
쌀을 팔아 일년 동안 빌린 돈을 값아야 하니까.
무슨 대책이 없겠습니까 하니
깊은 한 숨만 내쉬고 계셨다.
구조적인 농촌 문제는 한 개인이 해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을 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그걸 기대 할 수는 없다.
결국
의식 있는 사람들의 연대.
네트워크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이 곳에서
의식 있는 분들의 작은 태동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첫 불 꽃이 타오르면 자세한 내용을 올려드리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