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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B 마이너 리포터 011 귀농 선배님들과 만나다.
조회 2,937  |  추천 20  |  비추천 0  |  점수 138  |  2010-10-23 21:11
글쓴이 :    이쁜돌

귀농 선배님들을 만나 뵙다.


내게 숙소를 빌려주신 생협 이사님의 도움으로 다른 귀농 선배님들을 만나 뵐 수 있었다.


한 분은 이십 오년 전에 귀농하신 분으로 교회 장로님이시고,

다른 한 분은 삼십년 전에 귀농을 하신 분으로 현재 한 마을 이장님을 맡고 계셨다.

두 분을 따로 만났는데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 나는 영원히 농부가 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처음 이 말씀을 들었을 때 고개를 끄떡였다.

나 또한 시골 출신이고 시골 출신이 외지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던 고향에서는 삼대가 넘어야 겨우 현지인 취급을 받았다.

이런 시골에서 25년 30년 이면 겨우 한 세대 일 뿐인 것이다.


그런데 두 분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내가 생각하는 이런 차원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장로님의 경우 처음 귀농을 해서 마을 분들과 친해지기 위해 인사를 다녔는데

다들 술을 좋아해 같이 자주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조금 안면이 트이자 이것저것 하나 둘 해달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자기를 찾아 주어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에 일을 도와 드렸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여기저기서 도와달라고 하고 나중에는 당연한 일처럼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 저 사람은 우리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여기서 살지 못할 사람.


- 우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사람.



결국 이런 인식으로 인해 지난 20여 년 간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할 때도 많았고

나름 무지하게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마을 주민들을 멀리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가깝게 지내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이구동성으로 하신 말씀이



술 권하는 농촌 정말 안 된다.



술이 아니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대화의 자리가 형성이 되지 않는다.

술 먹는 도중에는 무수한 말이 오가지만 끝에 가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한다는 것이다.



일부 농촌의 경우 몇 몇 단체와 농업학교의 활동으로 의식이 바뀌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일 뿐이고 대부분의 농촌은 아직 술 권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실제로 몇 분의 마을 주민들과 젊은 층을 만나 보았는데 대부분 술을 먼저 이야기 하셨다.


그리고 이 술 권하는 농촌의 역사적 아픔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조선시대 그 이전부터 있어왔고

일제시대는 물론 독립 후 경제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계속된 수탈의 역사,

뜯기고 빼앗기고 차별받고 버림받은 겁탈의 역사,

그 속에서 아프다고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마음의 상처가 너무도 크다는 것이다.


이제는 아픈지도 모르고, 자신의 아픔을 잊기 위해

술로 살고

외지인에 대한 경계로 자신을 지켜 온 역사

이것을 모르고는 농촌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생협 이사님의 경우

이분들 속으로 들어가 10년을 살아 봤는데 남은 건 술 먹고 고기 구워준 기억뿐이라고 하신다.

이렇게 살아서는 나도 이분들도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농촌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이분들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문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셨다.


술이 없는,



이때 중요한 것은 이분들을 자신이 계몽하고 바꾸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고 내가 그렇게 살면서 그 공간에 초청을 하되

그 이후의 행동은 그분들이 알아서 할 바라는 것이다.



십년간 농촌에 있어 보니 이런 술 문화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삶과 문화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분들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모일 공간과 함께 할 꺼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일에 나도 함께 하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았고,

또 내가 꼭 하고 싶은 일도 이분들과 함께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식량비축기지를 만드는 것이다.



쌀아 남아도는 농촌에서 식량비축기지를 만들자고 하는 말이 얼마나 먹힐 수 있을까?


처음 이 문제를 가지고 토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선 논의한 것이 현 농촌의 상황이었다.


이 부분은 주로 내가 듣는 편이었음을 밝힌다.


쌀의 경우 대북지원이 농촌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보내던 민간단체가 보내던 그 쌀을 국내에서 사서 보내는 것이니

농가의 재고 처분과 수입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헌데 그 판매로가 막히니까 창고마다 쌀이 썩어 난다는 것이다.

이 쌀을 돈으로 바꾸지 못하면 그나마 가늘게 쉬는 숨이 막혀 버린다는 것이다.


신문에서 지면 하나로 다룬 일이 이곳에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식량을 비축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식량 자급율 25%의 대한민국.

오일피크가 아니더라도 곧 식량위기가 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분도 공감을 하고 계셨다.

다만 그 시기에 있어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생협 이사님은 조금은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계셨고, 나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믿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남아도는 쌀.

종자대, 농약 값, 농기계 할부금을 갚고 나면 오히려 적자인 농업.


풍년이 오히려 더 가슴 아프고 힘든 농촌,

가을 추곡수매에 목매는 분들에게

“여러분 우리는 지금 식량을 비축해야 합니다.”

이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점에 대해서는 이사님이 명쾌한 해답을 주셨다.


“이분들의 언어로 이야기 하면 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팔 데가 없고 사주는 사람이 없는 쌀- 차라리 비축을 하자.

식량 비축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만들어 언론플레이를 하고

농민회장님들은 현장 체험을 위해 연해주로 한 번 모시자.”



연해주!



연해주는 동북아에 남은 가장 비옥한 토지로

현재 모 종교단체와 사회단체, 개인들이

앞으로 올 위기를 대비해 상당한 땅을 임대해 놓고 있다고 한다.

만주에도 임대를 해 놓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런 국제적 모습을 보여주고 이론을 정립해서 농민단체를 움직여 보자라는 의견이었다.



연해주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한국으로 가지고 오기는 힘들 것이지만,

식량이 있어도 운반할 석유가 없을 것이고,

오일피크는 반드시 식량위기를 동반하는데

그 상황에서 자국의 식량을 해외로 반출할 정신나간 국가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자국 농경지에 열심히 공구리치는 일부 국가는 제외-

오일피크 정도의 위기에 식량부족이 가시화 된다면

강제징수가 바로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의 산 체험 장으로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식량을 비축해야 하는가하는 정신적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경제적 이유로 식량을 비축하자는 건 의미가 없다. 라는 데 이심전심으로 통했다.



그럼 무엇을 토대로 할 것인가?



감은 있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이것을 어떤 언어로 이분들과 세상에 내 놓을 것인가.


아직은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





돌을 걷어낸 밭에 건초 먹인 그래서 발효가 잘 된 소똥을 뿌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보리를 심었습니다.


살짝 고백을 하자면, 보리심을 때 로타리를 쳤습니다.




무경운 자연농업으로 농사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곳에 심은 보리가 자연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

자신과 이웃과 세상을 살릴 양식이 되기를 기원드립니다.





사필귀정 10-10-25 07:42
 
등골이 오싹해지는 유익한 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
무주공산 10-10-26 10:40
 
농촌에서 사는 일의 어려움이 실감나는군요.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내용도 그렇고. 앞으로 닥쳐올 가능성이 농후한 식량위기, 혹은 자원대국들의 식량무기화는 정부에서 대처해야 할텐데 이 정부는 그런 미래를 내다볼 안목도 없고, 있다 해도 실천할 의지가 없겠죠. 이름만 정권이요, 이름만 여당일뿐 중구난방인데 뭘 기대하겠습니까.
의진 10-10-28 09:17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끔씩 들어와 읽으며... 땅냄새 흙냄새... 그리고 사람 냄새 맡고 갑니다.
항상 건강과 즐거움... 그리고 사람 내음이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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