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목근피로 연명하는 법 (산야초 효소)
추석이면 아버지와 삼촌, 고모등 일가친척이 시골집에 모여 정답게 지내며 사는 이야기를 하신다.
아들 딸 이야기, 요 근래 사는 이야기 등을 하시다가 보면 소싯적 옛날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그리고 이 옛날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먹을 거 없던 시절 고생하신 이야기 이다.
먹을 게 없어서 맹물로 배 채우신 것은 공통적인 이야기 였고,
먹지 못해 학질에 걸려 죽을 고생하셨던 아버지 말씀에 눈물 한 번 글썽이시고,
소나무 껍질 베껴서 먹다가 변비 걸려 화장실에서 죽도로 고생한 이야기에는 한바탕 폭소가 쏟아진다.
그러면서 뚝방 길 오면서 본 냉이와 달래 이야기를 하신다.
어릴 때는 많이 캐 먹느라 보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지천으로 널려 있다고,
언제 한 번 캐서 냉이 국 한 번 먹고 싶다고 하신다.
나도 어릴 적 길가-시멘트 아스팔트 깔린 길 말고 시골 흙길이다.-와 뚝방에서 캤던
냉이로 만든 된장국과 달래무침 생각이 났다.
바구니하나 들고 가서 캘까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골장터에서 몇 천원 주고 한 바가지 사서 끓여 먹지 하다가
버스시간에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올라오곤 한다.
한 철 추억의 향수가 되어 버린 달래와 냉이, 소나무 껍질 속 하얀 속살.
그리고 진달래꽃과 아카시아 꽃. 그리고 이름 모를 잡초들이 앞으로는 중요한 식량자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달래와 냉이 먹을 수 있는 풀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도
그걸 알아 볼 수 있는 눈이 없으면 먹을 것을
눈앞에 두고 굶어 죽는 사태가 벌어진다. 혹은 독초를 잘 못 먹고 죽거나.
독초가 아니더라도 체질에 맞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먹어도 되는 풀을 먹고 죽을 수도 있다.
예전 실록을 보면 흉년에 산에 나는 풀을 잘 못 먹고 얼굴이 퍼렇게 변해서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독초를 잘 못 먹어 그렇다는 설명이 있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풀이 체질에 맞지 않는데-목체질의 경우 고기가 체질에 맞고 풀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계속 풀만 먹다보니 몸이 받아들이지 못해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금 적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산에서 먹을 것을 구하는 법은 군대 가서 배웠다.
군에서 만난 고참 한 명이 산골 출신이라 야외 훈련 나가면 - 한 번 나가면 한 달 정도 나갔다.-
산에 나는 각종 풀과 식용법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나중에 전쟁나면 써먹으라고.
그때 산야초 캐서 밥 반찬으로 잘 먹었다. 특히 산 더덕은 정말 많이 먹었다.
그때 이것저것 많이 배우기는 했지만 관심이 없다 보니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다.
그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 식물에 대해 해박하신 분을 알게 되어
같이 등산을 가면서 이것 저것 풀에 대해 본의 아니게 배우게 되었다.
물론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 가르침 짧은 기억들이 내게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지금 다시 이 시대로 돌아와 이 부분을 공부하려고 했는데 막막했다.
식물이라는 게 사진보고 이름 외우고, 샘플 보고 해서 익힐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직접 산과 들로 다니면서 캐보고 먹어보고 해야 하는 것이다.
나 혼자 배우고 익히기에도 시간이 부족했고, 주위에 알리기에는 더욱 어려웠다.
내가 그러했던 것 처럼.
그때 <선문화진흥원>에서 하는 산야초 효소 담그기 행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산야초 효소는 식물의 엽록소, 무기질 성분 등 사람의 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구성성분이
재배 채소에 비해 수십에서 100배 이상의 풍부하다고 한다. 또한 몸의 흡수율도 좋다고 한다.
산야초 효소만 먹고 83일을 버틴 사람도 있단다.
만드는 법은 의외로 간단해서 산과 들에 널려 있는 풀 아무거나 잘라서 설탕과 함께 항아리에 담기만 하면 된다.
단 이때 풀은 5가지 이상, 설탕은 풀과 같은 무게로 하면 된다.
독성을 가진 것도 상관이 없다.
독성을 가진 풀도 다른 풀과 설탕을 함께 넣어 1년 정도 숙정을 하면 중화가 되어 버린다고 한다.
이 점이 내 마음에 들었다.
아무 풀이나 구분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풀들이 사람을 살리는 중요 양식이 되는 것이다.
특히 미량이기는 하지만 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분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단지 문제는 1년이라는 숙성기간이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내년 봄이 되면 다시 행사를 한다고 - 산야초 채취에는 봄이 제철이라고 한다. - 하니
그때 다시 참여해 많이 담아 둘 생각이다.
그때가 오면 먹을 것이 없어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배를 채우기도 힘들지만 먹을 걸 구해도 골고루 갖추어 먹기는 힘들다.
그때 이 산야초 효소가 몸에 필요한 필수성분을 골고로 공급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원재료 구매에 돈이 안 든다. 그냥 인근 산과 들에서 풀을 채집해서 설탕과 섞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설탕과 항아리 값은 든다.-
내가 산야초를 캐러 간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차에서 내리자 내 눈 앞에는 제법 아름다운 산이 자리했다.
나는 그 산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앉아 산야초를 자르기 시작했다.
산야초, 굳이 먼 산 가서 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으음 뭔가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처음 산야초 채취하러 간다고 했을 때는 나는 심산유골은 아니어도 산 중턱쯤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분들은 길 옆에 피어 있는 풀로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차에서 내린 바로 그곳에서 시작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매연에 오염된 것을 피하기 위해 한적한 시골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결코 산을 오르기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사실 나에게는 더욱 잘 된 일이다.
이런 곳의 풀도 된다는 것은 도시에서 조금만 떨어진 곳에서 채취해도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식량이 지천에 널려 있는 것이다.
단 이때 낫은 사용하지 않는다. 풀의 약성을 변화시켜 약효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위로 풀을 잘랐다.

가위와 낫의 차이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낫을 쓰는 마음과 가위를 든 마음이 다르고, 그 약효가 다르고 하니 그냥 따를 밖에
그렇게 산야초를 채취하고 설탕 - 공정무역으로 수입한 쿠바산 유기농 설탕을 이용하고 있었다.-과
1:1로 섞어 숨 쉬는 항아리에 담고 한지로 덮었다.


이렇게 만든 산야초 가 80L항아리 20개,60L 4개 ,120, 160 각1개
대략 850~900킬로 정도 된다.

이 분량은 1000명이 5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앞으로 올 시대 이 독을 볼 수 있는 분들을 행복한 분들이다.
그때 알 것이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0-10-08 20:28:59 토론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