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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B 마이너 리포터 004 운권형을 만나다
조회 1,332  |  추천 10  |  비추천 0  |  점수 12  |  2010-09-19 17:56
글쓴이 :    이쁜돌

플랜 B마이너 리포터 004 운권형을 만나다

2호선 신촌역 지하 만남의 광장에 앉아 있으면 오가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키 큰 사람 작은 사람, 날씬한 사람과 덜 마른 사람, 다리 미인과 얼굴 미인,

스쳐가는 인상이지만 호감이 가는 사람도 있고 참 힘든 인생 사셨겠다는 생각이 드는 분도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무슨 바쁜 일이 있는지 두세 번 얼굴을 보는 분도 있다.

한 시간 정도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사람이 정말 귀한 시절을 경험한 탓일 것이다.

해서 나는 신촌에서 약속을 잡을 때 조금 일찍 나가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한다.

운권 형과 약속이 있는 날도 신촌에서 사람을 구경하고 있었다.

운권 형은 여창 형과 더불어 오래 사귄 분이다.

하이텔 무림동 시절 만나 십년이 넘는 세월을 서로 믿음으로 사귄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간에 내가 어제 우주인을 만났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라고 한다면

잠깐은 웃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며 믿어 보려고 노력하는 정도의 신뢰는 있는 사이다.

약속시간 10분 전 운권형이 저쪽에서 웃는 얼굴로 다가온다.

“하이 잘 지냈냐?”

“네 형님도, 머리를 깎으시니까 더 젊어 보이십니다.”

“젊기는 야. 그런데 무슨 일이 있냐? 갑자기 밤 늦게 전화를 다하고.”

운권형도 내가 9시 전후로 잠을 잔다는 잘 아는 형이다. 그런 내가 10시가 넘어서 전화를 했으니 걱정할만도 하다.

“특별하다면 특별하고 아니라면 아닌 건데요. 여창형 오면 같이 애기 하죠.”

“여창이도 불렀냐?”

“네.”

“아 그럼 진작 말을 하지 여창이 오는 줄 알았으면 넷북 들고 오는 건데.”

“아 형 넷북 사셨어요?”

“어 얼마 전에 하나 샀는데 이게 좀 이상해서 여창이한테 물어보려고 했지.”

 

여창 형은 컴퓨터 전문가로 개인컴퓨터는 물론 서버의 조립, 운영까지 할 줄 안다.

- 본인말로는 연구실 수준은 아니라고 하는데 우리가 봤을 때는 꽤 하는 편이다.-

 

컴퓨터는 물론 박학다식하기로는 우리 셋 중에 최고이고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정도의 박학다식함은 한국에서도 몇 명 없을 것이다.

특히 한 사안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부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창형은 자신의 미덕 대로 한 5분 정도 늦게 도착하셨다.

“야 닭 한 마리 먹으로 가자.”

“형 또 먹어요.”

“언제 먹었는데?”

여창형의 질문에 운권형이 눈을 깜빡인다.

"여기 삼겹살 무한 리필 되는 곳이 있는데, 지금 이 시간에 열었을지 모르겠네.”

“그럼 일단 닭 한 마리 집을 가서 문 열었으면 거기서 먹고 아니면 삼겹살 먹으로 가자.”

“네 그래요.”

 

우리는 웃으며 신촌에 있는 닭 한 마리 집으로 향했다. 운권형은 벌써부터 입맛이 땡 기는지 쩝쩝 거린다.

닭 한 마리 집으로 가자 사장님이 청소중이시다.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사장님 장사 해요?”

“아 네 물론합니다. 들어 오세요.”

“야 한댄다 들어가자.”

 

운권형을 선두로 셋은 안으로 들어갔다.

닭 한 마리 반을 시켜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셋이 모이면 늘 그렇듯이 국제정세나 국내문제로 시작해서, 서로간의 고민과 가족사가 버무려진다.

거기에 운권형이 요즘 공부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꽃을 피웠다.

 

운권형은 나이 에 40 후반에 얼마 전 오랜 꿈인 글쓰기에 입문을 했다.

얼마전 방송작가 교육원에서 같이 공부를 하다가 충무로의 시나리오 작가 교육원으로 옮겨가 수업중이었다.

수업 내용에는 만족하고 계신 것 같았다.

닭을 다 비우고 국수사리를 넣어 맛있게 끌이기 시작했다.

“야 오늘따라 정말 닭이 맛있다. 어떠내?”

“네 저도 맛 있어요.”

“먹을 만 해요. 다대기가 좀 더 좋았으면 좋았겠지만.”

“넌 참 입맛 까다롭다.”

운권형의 말에 여창형은 턱을 쓰다듬었다.

“제가 좀 그렇잖아요”

여창 형은 풍채에 어울리는 미식가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면서 먹는 정도는 아니지만 같은 가격대로 맛있게 먹는 법을 터득하신 분이다.

라면 하나도 그냥 끓여 먹는 법이 없고, 맛있는 음식을 위해서는 홈쇼핑 조리기구의 구매도 서슴치 않는다.

“난 이상하게 닭만 보면 입맛이 땡기고 맛있는데 넌 안 그러냐?”

“저도 맛있게 먹었어요. 형 오리도 좋아 하시죠?”

“어 그래 오리도 맛있어. 그런데 어떻게 알았냐? 내가 전에 오리 얘기 했냐?”

“아니 그게 아니라 형 체질이 수체질이라고 그래요.”

 

“수체질?”

 

“네, 수체질이 오리하고 닭이 아주 잘 맛거든요.”

“아 수체질 전에 네게 이야기 해준 오행체질인가 뭔가 하는 거?”

“뭐 비슷한데 요즈음에는 다른 걸로 체질 파악하고 있어요. 어쨌든 지금 닭 많이 드셔 두세요.”

“그래 그런데 정말 뭐 특별한 일 있는 건 아니고?”

 

여창형은 내가 밤늦 게 전화 한 게 마음에 걸리는지 다시 한 번 되물었다.

 

“다 먹고 차마시면서 이야기 해요.”

“그래 그러자.”

 

닭을 다 건저 먹은 국물에 국수사리 두 개 넣어서 뚝딱 해치우고는 차집으로 향했다.

 

아 참 계산은 늘 그렇듯이 운권형이 했다. 운권형이 물주노릇을 해온 지는 꽤 오래 되셨다.

늘 감사한 마음이었고, 지금 이렇게 미래에 대해서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더욱 감사했다.

 

냉커피 하나씩 시켜 놓고 여창형과 했던 오일피크 이야기를 주욱 해주었다.

오일피크가 오변 변하게 될 것들, 특히 아파트가격의 하락과 농수산물가격의 폭등에 중점을 두었다.

 

한 참을 듣던 형이 고개를 끄떡였다. 하지만 수긍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을 거야. 아니 바뀌게 놔두지 않지.”

“누가요?”

“기득권이, 어느 세상이나 기득권은 세상이 바뀌는 걸 원하지 않아.

그런면에서 급격한 사회변화를 가장 싫어하는 세력이 바로 기득권이야.

오일피크가 온다는 건 기존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는 건데,

이런 충격이 가해지면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거든.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고 설사 어찌어찌 사회적 혼란을 진압한다고 해도

기득권 또한 엄청난 출혈을 해야 되. 물론 내가 기득권이라면 오일피크를 이용해서

정말 크게 한 몫 보려고 할 거야. 하지만 그것도 통제 가능한 상태에서의 한 몫이지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한 몫은 아니거든.”

 

“그런 면에서 형은 재용이가 걱정하는 정도의 어려움은 오지 않는다고 보시는거죠?”

“물론 재용이가 말한 정말 어려운 세상이 올 수 도 있다고 봐 난.

우리가 한 두해 만난 사이도 아니고 그런 거 가지고 헛 말 할 재용이도 아니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너무 기우인 것 같아.

우리가 늘 이야기 했듯이 대안은 있어.

내 생각이지만 오일피크 온다고해도 충분히 극복 가능 하다고 봐. 물론 힘이 안 든다는 건 아니야.”

“무슨 말씀인지 아는 데 재용이가 말한 정도는 아니어도 서민들은 정말 살기 힘들 거에요.

그런 면에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할 필요는 있죠.”

“그런데 그 준비는 뭐 공으로 하냐. 쩐이 없잖아.
그렇다고 우리가 어디서 몇 억씩 대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쩐이 없다. 운권형의 지적은 정확했다.

오일피크가 온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 뭔가를 준비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당장 화장지만 하더라도 컨테이너 단위로 사려면 만만치 않은 돈이 든다.

물건을 사는 것도 사는 거지만 그걸 보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돈이 없다.

 

돈을 벌 방법도, 몇 억은 고사하고 몇 십 만원도 빌리기 힘든 세상이다.
오일피크를 대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니 없어 보였다.

이번 주 1등 당첨 로또번호는 모르지만 차후 무엇이 최고의 인기직종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기직종과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우리를 생명으로 인도할 제품이 무엇인지도.

 

이 제품이 아는 사람들에게는 호평을 받지만 대부분의 무관심지역에 있어
지금은 제 값을 못 받고 있었고, 무상으로 나누어 주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대는 돈이 아닌 사랑으로 서로간의 믿음으로 넘어야 하는 시대였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0-10-08 20:28:16 토론에서 이동 됨]




슬픈한국 10-09-19 22:39
 
잘 읽고 있습니다.
선인화 10-09-19 23:12
 
이쁜 돌님 저도 잘 읽고 있습니다. 님의 글에 공감하구요. ^^
사필귀정 10-10-25 08:14
 
감사합니다. 정주행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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